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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졸라의 후계자 지글러 내한 '누에보 탱고'진수 들려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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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피아니스트 다니엘 바렌보임, 에마누엘 액스, 바이올리니스트 기돈 크레머, 첼리스트 요요마, 플루티스트 파트릭 갈루아, 크로노스 4중주단, 오르페우스 체임버….'누에보 탱고'의 창시자인 아스트로 피아졸라(1921~92)의 음악세계에 푹 빠져 탱고 음반을 녹음한 연주자들이다.

세계적인 첼리스트 므스티슬라프 로스트로포비치(75)도 피아졸라가 생전에 그에게 헌정했던 '르 그랑 탱고'를 1996년에 녹음했다. 요즘 국내 바이올리니스트·첼리스트·플루티스트들은 독주회 프로그램에 피아졸라의 탱고를 한 곡쯤 곁들여야 현대적 감각의 소유자로 인정받는다.

피아졸라 서거 10주기를 맞아 '피아졸라의 후계자'로 불리는 피아니스트 파블로 지글러(57)가 이끄는 퀸텟이 21~22일 첫 내한공연을 한다. 지글러가 엑토르 호라시오 델 쿠르토(반도네온), 파블로 아슬란(베이스), 사토시 다케이시(드럼), 클라우디오 라가치(기타) 등과 함께 피아졸라와 자신의 창작곡을 들려준다.

지글러는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탱고 바이올리니스트의 아들로 태어나 음악원에서 피아노와 작곡을 전공했다. 78년 피아졸라의 권유로 '누에보 탱고 퀸텟'에 발을 들여놓은 후 10여년간 피아졸라와 함께 호흡하며 누에보 탱고의 깊고 넓은 음악세계를 자기 것으로 만들었다.

누에보 탱고란 피아졸라가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슬럼가에서 탄생한 카바레 댄스음악에 바흐 음악의 건축미를 가미한 것. 탱고가 댄스홀에서 콘서트홀로 격상된 것도, 클래식과 재즈를 막론하고 전세계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것도 모두 피아졸라 덕분이다.

지글러는 89년 피아졸라의 심장병 악화로 팀이 해체되자 따로 탱고 퀸텟을 결성했다. 피아졸라가 반도네온(남미식 아코디언)·피아노·바이올린 등 3인조 앙상블로 굳어진 전통 탱고에 기타와 베이스를 보탰다면, 지글러는 바이올린 대신 드럼을 첨가해 재즈적 요소를 부각했다. 이렇게 해서 지글러는 피아졸라에게서 물려받은 '탱고 혈통'을 더욱 발전시켜 독자적인 음악세계를 펼친다.

피아졸라의 해석에 관해서는 아직도 지글러를 따라갈 연주자가 없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로열필하모닉의 '심포닉 탱고'(텔덱), 오르페우스 체임버의 '탱고 로맨스'(BMG) 등 90년대 이후 메이저 음반사들이 앞다퉈 탱고 음반을 녹음할 때마다 지글러를 피아니스트로 기용했다.

피아졸라와 지글러는 정규 음악원에서 작곡을 전공했다는 점에서도 비슷한 데가 많다. 피아졸라의 누에보 탱고와 마찬가지로 지글러의 작품은 춤추기 위한 음악이 아니라 감상용 음악이다. 라틴 댄스의 붐을 타고 탱고가 댄스음악으로 여겨지는 요즘, 이번 공연은 예술성 높은 누에보 탱고의 진수를 만끽할 수 있는 기회로 기대를 모은다.

◇공연메모=피아졸라의 '미켈란젤로 70''천사의 죽음''리베르탕고''안녕 노니노''봄', 지글러의 '돌길''아스팔트''낯선 시간으로부터', 카를로스 가르델의 '고독' 등 16곡. 21일 오후 4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22일 오후 7시30분 양재동 현대자동차 아트홀.02-599-5743.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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