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당장 撤軍할 뜻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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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6일 이스라엘에 재차 철수를 요구했으나 아리엘 샤론 이스라엘 총리는 조기 철군을 거부했다. 이스라엘은 7일에도 대 팔레스타인 공세를 계속했다. 이에 따라 세계 각국에서 이스라엘을 비난하는 시위가 이어졌다.

◇"지체없이 철수" 재차 요구=부시 대통령은 텍사스 크로퍼드 목장에서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와 정상회담을 하고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공격을 중단하고 점령지에서 '지체없이' 철수하라"고 요구했다.

외신들은 부시 대통령이 지난 4일 긴급 기자회견에 이어 이날 영국과의 공동성명 형식으로 또 다시 철수를 요구함으로써 중재의 강도를 한층 높였다고 분석했다.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도 오는 12일 이스라엘을 방문, 사태 진화에 나설 계획이다.

그러나 아리엘 샤론 이스라엘 총리는 6일 밤 부시 대통령과 20분간 전화통화를 하면서 "미국의 요구를 이해한다.(공격을)신속히 처리하겠다"고 말해 당장은 철군할 뜻이 없음을 밝혔다.

샤론 총리는 "팔레스타인의 저항이 완강해 공격이 완료되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공세 4~5일 더 갈듯=부시·샤론의 전화통화 수시간 뒤인 7일 새벽 이스라엘군은 요르단강 서안도시 라말라 인근의 베이트 리마·코우바 등 팔레스타인 자치구역 두곳에 탱크 수십대를 앞세우고 진입, 10일째 공격을 했다.

현지 언론들은 "이스라엘군은 테러지도부가 숨어 있는 시내의 난민촌들까지는 장악하지 못한 상태"라며 "따라서 샤론은 파월이 도착하는 12일까지 난민촌을 장악하려고 공격을 계속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스라엘 정부 소식통은 "지난달 29일 공격 시작 이후 팔레스타인인 2백여명이 죽고 1천5백여명이 다쳤으며, 이스라엘군 13명이 사망, 1백43명이 부상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서도 "공격중지"시위=6일 미국·프랑스·이탈리아·스위스·요르단·모로코 등에서 최고 5만명이 참여한 반 이스라엘 시위가 잇따랐다. 바레인에서는 시위청년 1명이 경찰이 쏜 고무탄에 맞아 숨졌다. 이스라엘 수도 텔아비브에서도 7천여 시민이 라빈 광장에서 국방부 청사까지 행진하며 공격 중단을 요구했다.

시위에는 아브라함 부르그 이스라엘 의회 의장을 포함한 노동당 의원들도 참가해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승인만이 분쟁의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시몬 페레스 이스라엘 외무장관은 7일 "샤론 총리가 전시상황을 이유로 민족종교당·게셔당 등 극우정당들을 연립정부에 끌어들이고 있다"며 이같은 행동을 계속하면 연정을 탈퇴하겠다는 경고서한을 샤론 총리에게 보냈다고 이스라엘 언론이 보도했다.

강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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