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와 정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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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선거철이다. 출근해 컴퓨터를 켜면 '받은 편지함'에 각종 선거 출마자들이 보내는 e-메일이 넘쳐 있다.

정치선전성 메일과 정보의 범람은 초고속 인터넷망 보급에 있어 세계 최고수준인 한국의 새로운 미디어 환경과, 이러한 신미디어 환경에 한국의 정치인들이 얼마나 잘 적응하고 진화했는가를 보여주는 상징일 것이다.

좋은 의미건 나쁜 의미건 미디어가 발달·진화하면 여기에 맞춰 정치인들의 선전기법이나 선거전략도 진화한다. 또 새로운 미디어는 새로운 사회환경을 조성하며 새로운 인간관계를 형성한다. 그런면에서 요즘 우리 정치환경에서 보여지는 다양한 모습의 신미디어 활용 전략은 우리 사회의 사이버화·디지털화를 상징한다. 미디어 선거기법이 가장 발달한 나라는 미국이다. 미국 대통령선거는 미디어 선거의 극치로 불린다. 실제로 새로운 미디어가 만들어내는 새로운 환경에 얼마나 빨리 적응하는가에 선거와 통치의 성패가 갈린 경우도 많았다.

미국 역사상 '미디어 대통령'이라는 별명을 얻은 최초의 인물은 프랭클린 루스벨트다. 그는 1920년대 말에 출현한 라디오를 적절히 활용해 국민에게 직접 다가갔다.

그가 백악관에서 행한 주례 라디오 담화는 역대 미국대통령의 의무이자 권리처럼 굳어져 오늘날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TV는 1948년부터 정치에 활용되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미국의 TV방송사들은 공화·민주 양당의 대회를 전국에 방영했다. CF는 1952년 대통령선거 때부터 활용됐는데 아이젠하워는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선거에서 승리했다.

TV토론은 1960년부터다. 당시 리처드 닉슨은 TV토론에 별 신경을 쓰지 않은 반면 존 F 케네디는 적극적으로 대응해 시종 열세였던 지지율을 뒤집고 당선됐다.

조지 W 부시와 앨 고어의 대결에서는 라디오·TV 외에 인터넷이 적극적으로 사용됐다. 60개가 넘는 인터넷 미디어가 선거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했고 일부 주의 예비선거에서는 인터넷을 통한 투표가 처음으로 실시됐다. 인터넷을 활용한 e-폴리틱스의 효용과 함께 부정적 영향도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TV라는 새로운 미디어가 밀실정치를 공개정치로, 광장정치를 안방정치로 전환시켰듯 새로운 미디어의 출현은 사회를 변화시킨다. 이번 선거에서 과연 새로운 미디어와 사이버 문화에 익숙한 세대들이 어떤 환경을 만들어낼지 궁금하다.

김석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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