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서울대 총학생회 농성 10일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1면

벽면을 뒤덮은 30여장의 대자보, 뜯겨 나간 출입문, 헝클어진 책상과 서랍….

등록금 인상철회 등을 요구하는 총학생회 학생들에 의해 점거된 지 열흘째인 서울대 총장실의 풍경이다. 대자보에는 이기준(基俊)총장의 집무실이 특급호텔처럼 호화롭다는 야유와 인신공격성의 비방 등 걸러지지 않은 원색적인 표현들이 나열돼 있다.

뿐만 아니라 학생들은 연일 총장 흠집내기용 폭로전을 벌이고 있다. 총학생회는 7일에도 총장의 장남 동주(東柱·36·28개월 공익근무)씨의 공익요원 복무기간 단축 가능성 여부를 묻는 질의서에 대한 1999년 8월 병무청의 답변서를 공개했다.

총학생회측은 "총장 취임 직전 아들의 병역기피 의혹이 일자 여론 무마용으로 병역에 응한 총장측이 비공개적으로 복무기간 단축을 시도한 것은 도덕적 비난의 소지가 크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교직원들은 물론 학생들도 명분과 수단을 혼동한 '소영웅주의적' 행동이라고 비난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자연대 한 학생은 "등록금 인상 철회와 총장 불신임 주장은 할 수 있지만 총장실 점거와 개인비리 의혹 폭로는 지나친 돌출행동"이라며 "이런 구시대적 방식으로는 공감을 얻기 힘들다"고 말했다.

또 학생처 관계자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대학의 총장실이 이렇게 짓밟히는 현실이 도저히 실감나지 않는다"며 "특히 학생들이 총장 개인서류를 들춰보고 무차별로 공개해 황당하다"고 허탈해 했다.

정용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