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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급 합동부대 지휘관 20명, 한 명 빼곤 모두 육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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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우리 군의 육·해·공군이 함께 근무하는 합동부대장은 육군이 독식하고 있다. 겉으로는 3군이 힘을 모아 전투력을 발휘하는 합동성을 강화한다면서 중요한 자리는 대부분 육군이 차지하고 있다. 해군과 공군에서 볼멘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합동부대의 대표적인 자리는 합동참모의장이다. 1954년 합참을 설치한 이래 초대 이형근 의장에서 36대 한민구 의장 내정자에 이르기까지 35명이 육군 출신이다. 나머지 1명은 공군 출신이다. 93∼94년(25대) 합참의장을 지낸 이양호 전 국방부 장관이다. 김영삼 정부가 군내 사조직인 하나회를 숙군하며 육군 장성이 대거 전역하면서 공군 장성을 처음으로 합참의장에 임명했다. 해군 출신은 아직 등판을 못 했다. 한반도 전장이 지상작전 위주이고, 해·공군의 인재층이 상대적으로 엷다고 해도 군 수뇌부의 심각한 불균형 체제가 아닐 수 없다.

미국은 우리와 좋은 대조를 이룬다. 육·해·공군·해병대로 구성된 현대적인 합참은 49년 설치됐다. 초대 합참의장인 오마 브래들리 장군에서부터 현재의 마이클 멀른 의장까지 모두 17명이 임명됐다. 군 출신별로 보면 육군 8명, 해군 4명, 공군 4명, 해병 1명이었다. 멀른 대장은 해군 제독이다. 그 직전 의장인 피터 페이스 대장은 해병 출신이다.

우리 군의 합참의장 외에 국방부 장관 직속의 합동부대 또는 산하기관도 육군 출신이 독차지하기는 마찬가지다. 국방부 직제표에 나온 장성급 합동부대장 20명 가운데 19명이 육군 준장∼중장이 맡고 있다. 계룡대 근무지원단장만 해병대 준장으로 할당돼 있다. 국방대 총장에는 해·공군이 한 번도 임명된 적이 없다. 워싱턴DC 포토맥 강변에 위치한 미 국방대는 육·해·공군 중장이 3년마다 돌아가면서 맡는다. 3군 순환보직제가 엄격하다.

장관이 관할하는 산하기관도 비슷한 추세다. 전쟁기념사업회장과 군인공제회장, 군사편찬연구소장 등 노른자위는 항상 육군 출신 예비역 장성이 맡아 왔다.



◆특별취재팀=김민석 군사전문기자, 강주안·고성표·정용수·권호 기자, 워싱턴·도쿄·파리=최상연·김동호·이상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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