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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의 달라이 라마' 틱낫한 스님의 가르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5면

베트남 출신 틱낫한 (사진)스님은 티베트의 정신적 리더인 달라이 라마와 함께 세계 불교의 양대 성인(聖人)으로 꼽힌다.

유럽에서 특히 유명한 틱낫한은 1960년대부터 조국 베트남에서 일어나는 살육전을 비판하는 사자후(獅子喉)로 세계인을 일깨워왔으며, 프랑스로 망명한 80년대부터는 명상센터(플럼빌리지)를 운영하면서 유럽인들의 정신세계를 풍성하게 가꿔왔다.

국내에서도 꽤 알려진 스님의 책 두권이 함께 나왔다.

『화(Anger)』 는 최근에 쓰인 각론. 불교에서 경계하는 '세가지 독(三毒)', 즉 탐(貪·욕심)·진(瞋·분노)·치(癡) 가운데 하나인 '진'을 다스리는 방법을 자상하게 일러주는 내용이다. 복잡하고 짜증나는 일상에서 비롯되는 화(분노)를 잘 다스리는 것은 곧 마음의 평안을 얻는 일이요, 깨달음에 가까워지는 수행이다.

틱낫한 스님은 언제나 그렇듯이 극히 일상적인 일을 예로 들면서, 매우 적절한 비유로 수행법을 가르쳐준다. 스님은 '화'라는 것이 칭얼대는 아이와 같고, 익혀먹어야 할 감자와 같다고 비유한다. 아이처럼 달래고 보듬어야 하며, 감자가 익기를 기다리는 것처럼 당장의 감정을 분출하기보다 가라앉히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스님은 보다 구체적으로 마음이 거칠어지는 원인(遠因)이 되는 과식을 피하고, 반듯한 자세와 호흡으로 몸의 균형부터 잡을 것을 당부한다.

『거기서 그것과 하나 되시게』 는 87년에 나온 책인데 오래전 절판됐다가 이번에 명상서적 전문출판사인 '나무심는사람'이 새단장해 내놓았다. 앞의 『화』가 각론이라면 이 책은 남방불교의 수행법을 전반적으로 소개하는 개론서라 할 수 있다.

흔히 말하는 위빠사나 수행법을 알기쉽게 풀어 '마음모음'이란 개념으로 설명하고 있다. 올바른 생각이란 의미에서 '정념(正念)'이랄 수 있고, 자신의 일거수 일투족을 느리지만 정밀하게 지켜본다는 의미에서 '정관(靜觀)'이랄 수도 있는 수행법. 최근 우리나라 불교도들 사이에서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수행법인데, 남방불교의 큰스님답게 이해하기 쉽고 설득력있게 가르쳐준다.

오병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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