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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 日애니의 비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5면

'우주소년 아톰'이나 '마징가Z'를 끔찍히 좋아했던 1960년대생들조차도 최근 일고 있는 일본 애니메이션 분석서 출간의 열기를 쉽게 이해하긴 어렵지 싶다. 그 기원을 따져보면 80년대 중반 이후 일본 내에 기라성같은 작가주의 감독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국내에도 열혈 팬들이 형성되기 시작한 시점으로 올라간다. 뒤이어 등장한 PC통신과 인터넷의 힘을 이용해 담론체계까지 형성해낸 이들 매니어들은 분석서의 생산과 소비를 촉진시켜왔다. 사실 386세대 밑으로 일본 애니메이션에 어린 시절을 빚지지 않는 사람이 몇이나 되랴.

◇개론서부터 챙겨보자=왜 일본 애니메이션이 이렇게 난리인지가 궁금한 사람은 우선 『저패니메이션이 세상을 지배하는 이유』를 볼 필요가 있다. 좀 오래됐다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일본 애니메이션의 위상을 이토록 다양한 통계자료를 이용해 촘촘하게 압축한 책은 아직까지도 찾기 힘들다.

좀 더 소프트한 재미를 원한다면 『애니스쿨2』를 권한다. "'은하철도 999'의 메텔은 사람인가 기계인가"라는 기발한 의문에서 시작해 일본 애니메이션 50년사에 이르는 내용이 필자 특유의 달변 속에 녹아있다. 보다 체계적인 분석을 시도한 책으로는 『아니메가 보고 싶다』와 『아니메를 읽는 7가지 방법』(박정배·강재혁, 미컴)이 있다.

애니메이션 역사적 위상을 알고싶다면 『애니메이션 영화사』(황선길, 범우사)를, 외국인은 어떻게 보고 있는지 궁금하면 『외계에서 온 사무라이』(안토니아 레비, 초록배매직스)를 보라. 학술적으로 접근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서는 한국만화애니메이션 학회가 펴낸 『일본 애니메이션 분석과 비판』(한울)과 세종대 한창완 교수의 『저패니메이션과 디즈니메이션의 영상전략』(한울)이 준비돼 있다.

◇작가론으로 성큼 튀자면=국제통화기금(IMF)관리체제가 시작된 97년 12월 혜성같이 등장해 베스트셀러로 자리잡으며 작가론 시대를 개막한 책이 『미야자키 하야오의 세계』다. 흑백사진을 많이 쓴 것이 거슬리는 것만 빼면 별로 나무랄 데가 없다. 저자는 이듬해 출시한 『아니메를 이끄는 7인의 사무라이』에서도 알짜배기 감독들의 라이프스토리와 필모그래피를 꾹꾹 눌러담아 놓았다.

그외 주요 일본 감독을 알고싶다면 『애니메이션은 나에게 꿈꿀 자유를 주었다』(전범준·신진아,고려문화사)와 『애니메이션, 이미지의 연금술』(김준양,한나래)을 권할 만하다. 특히 『…연금술』의 경우 자칫 외면하기 쉬운 인형애니메이션의 대가 가와모토 기하치로나 독립감독인 구리 요지 등에 극진한 평가를 내리며 다른 책들과 차별화를 내세우고 있다.

◇작품론이 궁금하다면=미야자키 감독의 난해한 작품 '바람계곡의 나우시카'를 분석한 『나우시카를 읽는다』(이나바 신이치로, 미컴)가 96년 나온 이래 『미야자키 하야오는 이렇게 창작한다』가 그 바통을 이었다. '살아있는 전설'로 통하는 미야자키는 어떻게 작품을 만드는지, 발상법·캐릭터 특징·상황설정 등을 원자료를 통해 분석하고 있다.

『슈퍼 로봇의 혼』은 '마징가Z''그레이트 마징가''겟타 로보'의 모든 것을 다루고 있다. 이런 로봇들을 애니메이션이 아닌 컴퓨터 게임으로만 접하고 있는 오늘날 신세대들에게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것을 전수하려는 선배의 자상함이 행간에 가득하다. 이밖에 애니메이션 산업에 대해 알고싶다면 『변화하는 일본의 애니메이션 산업』과 『일본 애니메이션과 비즈니스 전략』 (이상 닛케이BP기술연구부·성하묵 옮김, 한울)을 펼쳐 보자. 일본 내에서 애니메이션을 히트시킨다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고단한 일인지 잘 느낄 수 있게 된다.

◇이제는 심화학습 단계로=일단 이런 책들을 섭렵하고 나서, 도대체 국내 매니어들의 수준은 어느 정도인지 궁금해진 분들은 『애니메이션 시크리트 파일』을 펼쳐보시라. 국내 최고의 내공을 지닌 매니어들이 한자리에 모여 판을 벌였다. 일본 매니어의 수준도 궁금해지는가. 내친 김에 『오타쿠』(오카다 토시오, 현실과 미래)도 읽어보자. '광적으로 집착하는 사람'이라는 부정적인 의미로 알려진 '오타쿠'라는 단어가 사실 얼마나 영예로운 말인지 원조 오타쿠를 통해 들어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여기선 저 일본이 신기루처럼 보인다』에서는 지금까지의 작품분석 위주에서 사회상으로 시야를 확대한 매니어들의 위상변화를 체감할 수 있다. 일본 대중문화내에서 애니메이션이 갖는 의미는 『클릭! 일본문화』(김의찬·김봉석,한겨레신문사)에 잘 나와 있다.

정형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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