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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와 솜사탕' 저작권 침해 인정 방송가 표절 불감증 반성의 계기 됐으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8면

표절문제가 방송가를 후끈 달구고 있다.

지난달 28일 법원이 방송 작가 김수현씨가 MBC를 상대로 낸 방송금지가처분 사건에서 실익(實益)이 없음을 들어 가처분은 기각하는 대신 저작권 침해(표절)를 모두 인정했기 때문이다(본지 3월 29일자 27면). 문제가 된 프로그램이 최근 시청률 1~2위를 달리고 있는 주말극 '여우와 솜사탕'인지라 파문은 더욱 큰 모양이다. "비슷한 부분이 많은 건 사실이지만 표절로까지 인정되겠느냐"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던 방송가는 법원의 결정을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돌아 보면 우리 문화 전반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방송의 표절 논란은 늘 존재해 왔다. 하지만 어느 방송사도 돌을 던질 입장이 아니기에, 방송은 그동안 저작권의 무풍지대처럼 여겨져 왔다. 그래서 드라마는 물론이고 각종 오락 프로들도 어느 한 방송사에서 좋은 반응을 얻으면 유사한 구성의 프로를 서둘러 신설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이번 4월 봄 개편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해부터 방송된 SBS의 'TV 동물 농장'이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자, 이번에 KBS·MBC가 비슷한 포맷의 프로를 잇따라 편성했다.

일본 프로그램을 베끼는 건 더 심각한 문제다. 1999년 MBC 드라마 '청춘'이 일본의 '러브 제너레이션'을 표절한 것으로 밝혀져 중도하차 하기도 했지만, 그 이후에도 베끼기 논란은 계속돼 왔다.

오죽하면 지난해 말 한국방송진흥원은 11건의 구체적 표절 사례를 들며 "일본 방송을 모방하는 관행이 93년 이후 전혀 변하지 않았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이번 법원의 결정이 단순한 '사건'정도로만 끝나지 않기를 바라는 건 이런 방송의 현실 때문이다. 이 화두가 이어져 표절의 심각성에 대해 방송인 모두 각성하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 체질을 바꾸기 위해선 진통이 필요한 법이니까.

이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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