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 사윗감에 당황하는 백인 부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7면

초대받지 않은 손님 (KBS2 밤11시20분)

KBS가 주말영화로 시의적절한 작품을 골랐다. 올해 아카데미상은 남·여주연상이 모두 흑인에게 돌아가 할리우드에서 흑인 배우의 역할과 한계가 새삼 주목받는 계기가 됐다. '초대받지 않은 손님'은 올해 아카데미에서 평생 공로상을 탄 시드니 포이티어가 출연한 1967년도 작품. 63년작 '들에 핀 백합'으로 오스카 주연상을 거머쥐었던 포이티어의 절정기 모습을 볼 수 있다.

작품 내용도 당시로서는 충격적이고 도전적이었다. 흑인 남자가 백인 여자와 결혼한다는 건 백인 관객들이 쉬 받아들일 수 없는 이야기였던 것. 스탠리 크레이머 감독은 도발적인 소재가 미칠 파장을 완화하기 위해 포이티어를 스위스에 사는 유복한 의사로 설정했다. 피부색이 검은 데다 사회적인 지위마저 별 볼일 없다면 관객의 거부감이 한계를 넘을 걸로 걱정했기 때문이다.

백인 상류층이지만 평소 인종차별을 혐오한다고 큰소리 쳐온 드레이튼 부부. 하지만 어느 날 하와이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딸(케서린 휴턴)이 흑인과 결혼하겠다고 하자 평상심을 잃는다. 그나마 낭만적인 성격의 어머니(캐서린 헵번)는 오래지 않아 딸을 지지하지만 아버지(스펜서 트레이시)는 좀체 현실을 인정할 수가 없다. 원제 Guess who's coming to dinner. ★★★★☆

이영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