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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분수대

재산 절반 기부운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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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재산은 모으기도 어렵지만, 지키기도 어렵다. 그래서 장자(莊子)는 재산을 지키려 궁리하는 것은 도둑을 위해 준비하는 것과 같다고 설파했다. “상자를 열고, 주머니를 뒤지고, 궤짝을 여는 도둑에 대비하려면 반드시 끈으로 묶고, 자물쇠로 채운다. 이것이 세상의 지혜다. 그러나 큰 도둑은 궤짝을 지고, 상자를 들고, 주머니를 둘러메고 달아나면서 끈과 자물쇠가 끊어지지 않을까 걱정한다. 그러니 세상의 지혜라는 것은 큰 도둑을 위해 재물을 잘 꾸려두는 것 아닌가.”

그럼에도 부(富)에 대한 갈망은 원초적이다. 성경에서 ‘낙타가 바늘귀를 통과하는 것이 부자가 하늘나라에 들어가는 것보다 쉽다’고 한 것은 이를 경계한 것이다. 비록 오역(誤譯) 논란이 있지만. 아람어 원어로는 밧줄(gamta)인데 필사본을 만들던 사람이 낙타(gamla)로 잘못 옮겼다는 설(說)이다. 그래도 밧줄이나 낙타나 바늘귀를 통과하기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우리도 재물과 관련한 ‘금언(金言)’이 있다. ‘견금여석(見金如石)’이다. 황금을 보기를 돌같이 하라는 얘기다. 고려의 명장 최영(崔瑩) 장군 부친의 유언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인가. 최영은 부귀공명을 누릴 위치에 있었음에도 한없이 청렴하고 절제했다. 아예 탐욕이 없어 무덤조차 풀이 나지 않은 ‘적분(赤墳)’의 주인공이다. 이 모두가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 인생에서 손에 잡히는 부(富)의 덧없음을 가르친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와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이 ‘재산의 절반 기부’ 운동을 벌이고 있다고 한다. 포브스 ‘400대 미국 부자’ 리스트가 대상이다. 모두가 동참하면 6000억 달러에 이른다고 한다. 지난해 5월 첫 모임에는 석유 재벌 데이비드 록펠러와 마이클 블룸버그 시장, 오프라 윈프리 등이 참석했다.

워런 버핏은 2006년 재산의 85%인 370억 달러를 빌 & 멀린다 게이츠재단에 기부한 바 있다. “부자로 죽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는 앤드루 카네기의 가르침을 따랐다고 한다. 조선의 거상(巨商) 김만덕도 있다. 제주에 흉년이 들자 전 재산을 털어 구휼에 나섰다. 부의 사회 환원이다. 이처럼 ‘청부(淸富)’는 창고가 아니라 사람들의 가슴에 쌓는 것이다.

버핏은 “자녀에게 재산을 너무 많이 남기면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고 했다. “물고기를 주어라. 한 끼를 먹을 것이다.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 주어라. 평생을 먹을 것이다.” 탈무드의 가르침이다. 

박종권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