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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현 부상 투혼 오리온스 설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1면

스물다섯살 새내기 김승현은 아픈 다리를 끌며 달리고 또 달렸다.1차전에서 겹질린 오른 발목이 끊어져 나갈 듯했다. 그러나 프로농구 동양 오리온스가 LG 세이커스를 누르고 챔피언 결정전에 가려면 김선수가 필요했다.

진통제가 필요했다. 김선수는 팀을 위해 자신의 발목과 1승을 바꿀 준비가 돼 있었다. 그러나 애처로웠다. 아직도 한국의 농구 문화에서 '부상 투혼'은 사라지지 않았다. 오리온스 김진 감독 역시 현역 시절 진통 주사를 무수히 맞고 뛰었었다.

코트를 누빌 때는 신들린 듯했다. 아픔도 잊은 듯했다. 그러나 경기가 중단되거나 동료들의 플레이를 지켜볼 때는 김선수도 어쩔 수 없이 다리를 절었다. 오리온스 응원석에서는 여학생 팬들의 통곡 소리까지 들렸다.

김선수의 농구는 아름다웠다. 네번째만에 성공시킨 3점슛은 보는 사람을 현기증나게 만들었다. 3쿼터 종료 50초 전이었다. 66-58. 김선수의 이 3점포는 대구체육관을 메운 홈팬들을 감동시켰고 오리온스에 힘을 불어 넣었으며 세이커스를 비틀거리게 했다.

김선수로부터 12개의 어시스트를 협찬받은 오리온스는 28일 벌어진 4강 플레이오프(5전3선승) 2차전에서 세이커스를 81-69로 이겨 1승1패를 기록했다. 마커스 힉스의 28득점은 김선수의 투혼에 가렸다.

3차전은 30일 창원에서 벌어진다. 이제부터 3전2선승제의 승부나 마찬가지다. 한편 이날 대구체육관에는 4천4백31명의 유료 관중이 입장, 프로농구 출범 이후 처음으로 한 시즌 관중수 1백만명을 돌파했다.

대구=허진석·문병주 기자

◇오늘의 프로농구(오후 7시)

나이츠-이지스(잠실·SBS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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