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금 올리기 힘드니 수익사업을 … 대학이 보험 모집 나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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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요즘 대학가에서는 '돈과의 전쟁'이 한창이다. 대학 측은 보험모집업무 등 다양한 수익사업에 눈을 돌리고 있으며, 학생들은 등록금 깎기에 힘을 기울인다.

학교 발전을 위한 투자재원을 학생들의 등록금만으로는 충당할 수 없게 되자 대학측이 수익사업에 발벗고 나선 것이다.

중앙대는 보험 모집 업무를 담당하는 학교발전기금보험팀을 신설,본교 출신 기업인 6백여명에게 화재보험·경영자책임보험 가입을 적극 권유 중이다. 보험팀이 보험모집 업무를 할 수 있도록 보험회사 대리점과 계약까지 마쳤다. 중앙대는 보험모집인에게 보험료의 20%를 수수료로 지급하는 이들 보험상품을 집중 공략해 올 한해 2억원을 모은다는 계획이다.

지난 10일에는 신입생 학부모 4천5백여명에게 입학축하 편지와 함께 자동차보험 가입 권유문도 보냈다.

지난해 교직원·학부모 6백여명으로부터 자동차보험 가입 신청을 받아 2천5백만원의 수수료를 발전기금으로 적립한 실적을 올해 더욱 확대하기 위한 조치다. 자동차보험의 모집대행 수수료는 평균 50만원인 보험료의 8%. 중앙대 측은 근로장학생 8명을 동원, 16만명에 이르는 동문들에게 전화를 걸어 보험 가입과 발전기금 모금에 동참할 것을 독려하고 있다.

지난해 동문들에게 생일·결혼기념일 축하 카드까지 보내면서 발전기금 모금에 힘을 쏟아 50억원을 모았으며, 올해는 70억원을 목표로 뛰고 있다.

이화여대는 졸업생들을 상대로 종신보험에 가입토록 권유한 뒤 사후에 보험금의 10%를 학교에 기부하는 운동을 벌이기로 하고 보험회사 측과 구체적인 절차를 협의 중이다. 지난해 시작한 '이화사랑 장학기금 한 계좌(5천만원) 갖기 운동'도 더욱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일시 또는 분할 납부가 가능한 이 운동에 벌써 70여명이 신청했다.

연세대도 지난 1월부터 '연세사랑 한 계좌 갖기 운동'을 벌여 1억여원을 모았다. 고려대와 경희대는 매달 1만원 가량의 소액 발전기금을 동문들의 은행계좌에서 자동으로 이체받는 방법을 도입했다. 건국대는 동문 홈페이지를 이용해 발전기금을 모은다는 계획이며, 성균관대는 일정액 이상의 발전기금을 모금한 교직원에게 포상금을 지급하는 제도를 시행 중이다.

한편 학생들은 총장실 점거 등 전통적인 투쟁방식과 함께 학교 집기 가압류·장례식 등 기발한 방법을 동원해 등록금 깎기 운동을 벌이고 있다. 이화여대 학생들은 지난 25일 '대학 교육은 죽었다'는 의미에서 검은 옷을 입고 등교했다. 한국외국어대·경희대 학생들은 최근 대학본부 사무실 집기에 가압류 스티커를 부착하고 학교측에 등록금 인하를 촉구하고 있다. 서울산업대 총학생회는 교문 앞에 빈소를 차려놓고 학생들로부터 조문을 받는 방법으로 학교측을 압박하고 있다.

중앙대 민경식(閔京植)기획조정실장은 "투자수요는 늘고 있는데 등록금 인상조차 제대로 되지 않아 어려움이 많다"며 "거액의 기금이 자주 들어오는 일부 대학을 제외한 대부분 대학들은 재정확충을 위해 소액 모금과 수익사업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무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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