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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떴다 '아르헨 특급' 김민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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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 '아르헨티나 특급' 김민수(右)가 지난 13일 고려대와의 경기에서 김일두의 슛을 위에서 찍어누르고 있다.[연합]

농구대잔치에 '아르헨티나 특급'이 떴다. 2년 전 아르헨티나에서 농구공 하나 달랑 들고 어머니의 나라 한국에 온 김민수(22.경희대 1년).

2m의 키에 수비 리바운드를 잡아 상대 골밑까지 드리블하는 시원한 스피드와 순발력. 국내 프로농구에서도 보기 드문 원핸드 덩크슛은 물론 골대 위로 올려 준 공을 공중에서 찍어 넣는 앨리웁 덩크슛. 파워 넘치는 고공플레이가 자유자재인 데다 골밑에서 몸싸움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는 14일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산업은행배 농구대잔치 A조 리그 명지대와의 경기에서 혼자 27득점.15리바운드를 챙기며 뜨거운 시선을 붙잡았다. 경기결과는 73-69 승리. 예선 다섯경기를 치르면서 평균 20.6득점에 리바운드 11개로 골밑을 평정했다. 스타 탄생을 확실히 알린 셈이다.

김민수의 원래 이름은 훌리안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김윤숙(50)씨 사이에서 3형제 중 막내로 태어났다. 여섯살 때부터 농구공을 잡았고, 자라면서 클럽팀을 휘저었다. 하지만 아버지가 병으로 세상을 뜨면서 가세가 기울어 농구를 더 이상 하기 어려운 처지가 됐다. 그때 그를 캐낸 사람이 경희대 최부영 감독이다. <본지 2002년 10월 19일자 s1면>

2002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고교를 졸업한 그의 소식을 접한 최 감독이 항공료를 보내 한국으로 불렀다. 테스트를 통해 대번에 '재목'임을 알아보곤 경희대 수원캠퍼스 숙소에 머물게 하면서 맹훈련시켰다. 이름도 '김민수'로 바꿨다.

'독종'으로 소문난 최 감독의 혹독한 훈련을 하루 5시간씩 받으며 김민수는 쑥쑥 컸다. 개인기에 의존하는 아르헨티나식 농구에서 팀플레이를 강조하는 한국형 농구에 완전히 적응했다. 그리고 올해 한국 국적을 따는 동시에 경희대에 정식 입학했다. "아무리 고된 훈련도 즐겁게 해내고 있어요. 현재 91㎏인 체중을 겨울방학 동안 100㎏ 정도로 불리면 내년부터는 국내에서 그를 당할 센터가 없게 될 걸요." 그의 '사부' 최 감독의 말이다.

이날 승리로 경희대는 연세대와 4승1패로 동률을 이뤘으나 승자승 원칙에 따라 1위로 8강 토너먼트에 올랐다. 강력한 우승후보다. 이제 불편 없이 대화할 만큼 한국말에 능숙해진 김민수는 "이번에 우승하면 감독님이 아르헨티나로 휴가 보내주신다고 했다"면서 어머니를 만날 꿈에 부풀어 있다.

"고향을 떠나온 지 벌써 2년이 됐어요. 혼자 있을 때가 제일 힘들어요. 프로농구 스타가 될 거예요. 돈을 많이 벌어 어머니와 한국에서 함께 살고 싶어요."

한편 농구대잔치 8강전은 경희-건국. 연세-한양. 명지-중앙. 고려-상무의 대결로 좁혀졌다

성백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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