發電 파업 수습하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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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발전파업 사태를 바라보는 국민은 불안하다. 민영화 문제를 벗어나 정치적인 힘겨루기 양상으로 치닫고 있는 느낌이다. 다행히 지금까지 전력공급에는 별 문제가 없었지만 앞으로가 문제다. 국민생활과 경제활동의 동력인 전력의 수급에 차질이 발생할 경우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이 떠안게 된다. 개혁을 위한 과정으로 넘겨버리기에는 그 부담이 너무나 클 수 있다.

발전사업 민영화는 부실기업을 정리하는 것이 아니다. 전력시장에 경쟁을 도입해 효율성을 높이고 투자를 촉진해 전력공급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산업체질 개선사업이다. 따라서 일각에서 우려하는 특혜분양이나 헐값 처분은 있을 수 없다. 우리의 민영화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민영화에 앞서 발전회사간 경쟁구조를 만들어 시험운영을 해왔고,경제여건을 감안해 단계적으로 민영화가 추진된다. 또 건설 중인 발전소를 발전회사에 배분해 차질 없이 건설토록 하는 등 전력수급의 안정성도 고려하고 있다. 초기에 발생할 수 있는 시장불안이나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여러 조치들을 강구해 놓고 있다.

이제 정부는 국민적 합의에 의해 통과된 관련법에 따라 민영화와 구조개편을 차질 없이 수행해야 하는 책임이 있다. 특정집단의 이해나 생각과 다르다는 이유로 법과 절차를 어기고,물리적인 힘을 앞세워 극단적인 대치상황으로 몰아가는 것은 민주 법치국가에서 허용될 수 없는 일이다. 노조는 중앙노동위원회가 직권중재에 들어가 있는 상태에서 원천적으로 파업이 불가능한데도 불법적인 파업을 강행했다. 발전사업은 필수공익사업으로 파업이 엄격히 제한돼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민생활과 국가의 동력을 볼모로 세계에 유례가 없는 발전부문의 파업을 벌이는 데 대해 국민의 시선이 고울 수 없다. 더구나 직접적인 연관도 없는 타산업 노조들의 동조파업을 유도해 국민경제를 파국으로 몰고 가려는 시도는 어느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명분이야 어떻든 법을 어기고 물리적 힘으로 성취하고자 할 경우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없는 것은 자명하다. 국민의 불편을 담보로 하는 불법파업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는 한 강경 일변도의 쟁의는 명분과 실리를 모두 잃게 된다. 미국·영국·일본 등 노사문화가 정착된 국가들에서 법과 절차를 어긴 물리적인 파업이 사라진 지 오래다. 우리나라도 이제 보다 성숙하고 선진화된 쟁의방법과 노사화합의 방향이 무엇인지 성찰해 볼 때가 되었다.

노조가 파업의 명분으로 드는 것이 '민영화로 공익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공익기능은 민간기업들의 경쟁체제 속에서도 얼마든지 수행될 수 있다. 세계적인 사례를 보면 전기요금의 일정 비율을 추가 징수해 공익기능을 그대로 수행하고 있으며, 우리도 그러한 조치를 강구해 놓고 있다. 공익성을 들어 돌입한 파업이 국민생활을 위협하고 공공성을 해치고 있는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그러면 이제 도저히 길은 없는가? 대화를 통한 사태해결이 힘들어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는 노사간의 극적인 타협을 기대한다.

정부가 내놓은 '안정적 전력수급을 위한 인력대책'은 그야말로 비상대책이며 궁여지책일 수밖에 없다. 인력에는 큰 문제가 없다거나 오히려 인력 구조조정의 계기가 될 것이라는 설명은 국민을 안심시키기 위한 방안일 수는 있지만 사태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노조도 더 이상 실력으로 사태를 해결하려는 자세에서 벗어나 민주사회의 책임있는 일원으로서 진정으로 국민을 위한 길이 무엇인지 생각해 볼 일이다.

해고절차가 진행되는 중에도 조합원이 징계위원회에 소명하는 형태로 복귀할 경우 급진적인 사태 호전이 가능하다. 평소의 절반에 불과한 인력으로 발전소들이 돌아가는 것은 근본적으로 그동안 인력이 많았다는 것을 의미하며,발전소 인력을 20~30% 줄일 수 있다는 한전의 설명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는 점을 노조도 깊이 인식해야 한다. 국민에게 불편을 주는 불법파업은 더 이상 성공할 수 없다는 인식 아래 대승적인 타협의 길을 찾아야 한다. 노조원들이 현장으로 조속히 복귀한 다음 대화를 통해 사태를 수습하려는 노력을 보일 때다. 이것이 국민 모두가 바라는 방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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