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권 던진 이회창> 李총재 일문일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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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는 26일 기자회견에서 "반드시 당내 갈등과 분란이 수습되리라고 본다"고 말했다. "(고민으로)어젯밤 잠을 거의 자지 못했다"는 그는 밝은 얼굴이었다. 일부 당원은 회견 도중 "힘내라"고 외치기도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박근혜 의원이 집단지도체제 도입을 주장하다 탈당했다. 미리 결정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는데.

"당초 논의를 시작할 땐 집단지도체제에 대한 국민 선호가 높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이후 정치기상이 갑자기 변하면서 집단지도체제가 민주정당의 원형인 듯 국민에게 널리 퍼졌고, 제가 당권에 집착해 기존 체제를 고집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인식이 생겨나는 것을 보고 모든 것을 던지기로 했다."

-이번 결정을 두고 당에서 갈등은 없었나.

"많은 당원이 공감하는 해결 방향에 따라 내가 결단한 것이다. 집단지도체제에 대한 여러 의견이 있지만 총재의 결단을 따르겠다는 분이 대다수다."

-당내 미래연대에선 대선 후보가 대표최고위원을 겸해도 된다는 입장인데.

"최고위원 경선에 참여하진 않겠다."

-집단지도체제는 나눠먹기 폐해가 있다는 지적이 있다.

"새 시대의 정치에 맞게끔 시행하려면 과거의 모든 흠과 결점을 보완·정비해야 한다."

-당헌·당규상 총재권한대행은 부총재 중 지명토록 돼 있는데 부총재들이 모두 사퇴했다.

"조속한 시일 내에 중앙위·운영위의 동의를 받아 부총재 한 명을 임명, 총재권한대행으로 지명하겠다."

◇"같이 가 달라"=李총재는 회견에 앞서 사퇴의사를 밝힌 부총재와 지도위원 등 중진을 불러 모아 "모든 것을 버리겠다. 이번 결단을 최종 전환점으로 해 앞으로 나가자"고 말했다. 대부분 중진들은 "총재가 사즉생(死卽生) 결단을 했으니 힘을 실어주자"고 했다.

일부는 "당헌·당규를 또 고쳐야 한다""소장파들이 수용하겠느냐""발표를 유보하고 더 많은 여론을 수렴해야 한다"고 이견을 보였으나 李총재는 반대한 참석자들을 한명씩 거명하며 "내가 정치기술은 없지 않으냐. 그래도 결단을 해야 할 상황이었다. 같이 가 달라"고 호소했다고 한다.

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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