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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남자전용 상품' 여자도 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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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여성용 전동드릴.트렁크.면도기.오토바이.카 내비게이션.

독일의 세계적 자동차부품업체인 보쉬는 최근 여성용 전동드릴 '스킬'을 선보였다. '공구는 남성의 전유물'이란 인식을 깬 것이다. 이 제품의 무게는 여성이 손쉽게 다룰 수 있도록 1.4㎏으로 줄였다. 다른 드릴의 경우 2㎏이 넘는 게 보통이다. 손잡이 부분도 여성의 손 크기에 맞춰 얇게 만들었다. 한국보쉬 관계자는 "최근 공구시장에서 여성의 수요가 늘어나는 추세"라며 "'스킬'은 가구를 스스로 만드는 여성 DIY(Do-It-Yourself)계층을 겨냥한 것"이라고 말했다.

상품에도 '성(性) 파괴' 현상이 빚어지면서 남성용 물건으로 여겨졌던 제품들이 여성용으로 거듭나고 있다.

국내 속옷 업체들은 집에서 간편하게 입을 수 있는 이지웨어로 여성용 트렁크(사각팬티)를 내놓았다. 실내 냉.난방이 잘되면서 반바지를 입기에는 거추장스럽다고 여기는 여성을 노린 제품이다. 속옷 업체인 좋은사람들의 관계자는 "집에서 남편의 트렁크를 자주 입었던 주부들이 '여성 체형에 맞는 트렁크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있어 여성용 트렁크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여성용 트렁크는 여성의 가는 허리와 큰 엉덩이를 감안해 디자인했고 리본도 달려 있다. 또 제품 색상도 핑크.레몬.아이보리 등 여성이 좋아하는 것을 주로 사용했다.

면도기 업체인 질레트는 여성의 피부 특성을 고려한 여성용 면도기 '비너스'를 선보여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팔.다리.겨드랑이의 털을 깎는 제품이다. 3중 면도날이 면도 부위에 꼭 들어맞도록 만들어 여성의 예민한 피부의 자극을 줄였다. 질레트는 여성용 면도 윤활제와 셰이빙 폼도 팔고 있다. 질레트 관계자는 "면도하는 여성들이 늘면서 국내 면도기 시장에서의 여성용 면도기의 매출은 매년 30~40%씩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용법이 까다로워 여성 사용자가 드물었던 카 내비게이션(전자식 자동차길잡이)도 여성 취향에 맞게 설계되고 있다. 전자업체인 파인디지털의 '호크아이'는 여성들이 키보드를 누르는 것을 싫어하는 점을 감안해 번호 하나만 누르면 목적지 가는 길이 나오도록 고안됐다. 전국 6만여 공공기관.학교.아파트 등을 여섯 자리 숫자로 저장한 코드북으로 길을 찾는 방식이다. 이 제품의 디자인도 여성의 눈을 끌기 위해 유선형으로 바꿨다. 파인디지털 관계자는 "기존 제품의 남녀 소비자 비율은 7대 3이었는데 호크아이가 나오면서 이 비율이 3대7로 역전됐다"고 말했다.

혼다코리아㈜의 오토바이 'XZ100'은 최근 여성의 인기를 모으고 있다. 이 모델은 원래 오토바이를 처음 타는 사람을 위해 설계됐다.

차체가 작아 여성 체격에 잘 맞는 제품이란 입소문이 번졌다. 바닥부터 안장까지 높이가 71.5㎝로 스쿠터(76.5㎝)보다도 낮다. 엔진에 카울(덮개)이 없는 스타일이라 액세서리를 여성 취향에 맞게 장식할 수 있는 점도 여성 바이커의 마음을 잡았다. 혼다코리아 관계자는 "'XZ100'은 시판 오토바이 중 남성보다 여성이 많이 찾는 유일한 기종"이라고 말했다.

이철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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