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반실패의 원죄는 백에 있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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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제2보 (25~48)=尹6단은 마산이 고향인 올해 28세의 청년이다. 15세 때인 1989년 프로가 돼 불과 4년 만에 박카스배 결승까지 진출하기도 했다. 최근엔 바둑TV의 명 해설자로 활약하고 있어 승부사의 이미지가 훨씬 부드러워졌지만 尹6단은 여전히 강력한 토너먼트 기사의 한 사람인 것이다.

그러나 이 판의 초반은 실패작이었다. 그 첫걸음이 전보의 마지막 수인 백. 이 수는 25를 불러 귀의 맛을 없앴을 뿐만 아니라 백의 다음 수를 어렵게 만들었다.

백는 '참고도1'처럼 백1로 그냥 뛰는 것이 좋았다. 실전과 똑같이 진행되더라도 흑 석점에 대한 공격력이 훨씬 강력해진다. 이 수와 실전의 26은 단 한줄 차이지만 흑에 대한 압박감은 천지차이였던 것이다.

백가 놓인 뒤라도 '참고도2'의 백1로 뛰어야 했으나 尹6단은 흑A가 남는 게 싫었다. 26이란 기형적인 수는 이렇게 해서 탄생했다. 그리고 이 26 때문에 흑은 마음놓고 상변 석점을 방치할 수 있었다.

27~31까지 3단은 양껏 실리를 벌어들였다. 백이 32로 공격했으나 흑은 33, 35의 맥점으로 순식간에 집모양을 확보했다.

그러나 45는 지나친 과속으로 '가'에 두었으면 더욱 좋았다. 47에 이르러 흑은 선수로 살아버린 모습이다.

박치문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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