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살인의 추억'? 화성 주민들 불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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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27일 경기도 화성 지역에서 실종된 여대생 노모(21.K대 2년)씨가 사망한 것으로 사건 발생 49일 만에 확인됐다. 화성경찰서는 14일 화성시 정남면과 봉담읍 경계 지점 산길 숲에서 지난 12일 주민이 발견한 유골이 조사 결과 노씨의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유골 상태로 미뤄 노씨는 타살된 것으로 추정됐으나 구체적인 사망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 신원 확인과 수사=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소가 유골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치아의 모양과 치열 등을 노씨의 치과 진료기록과 비교한 결과 일치했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사람마다 지문과 유전자(DNA)가 다르듯 치아의 모양도 다른 데다 지문이 같을 확률보다 치아 모양이 같을 확률이 더 낮아 노씨 유골임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노씨의 위에서는 숨지기 직전 먹은 것으로 추정되는 김.야채.떡볶이 등이 나왔으며, 유골의 일부는 들짐승 등에 의해 손상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승용차를 이용한 3인 이상이 노씨를 납치, 살해한 것으로 보고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현장 주변에서 범인 검거를 위한 결정적인 단서를 찾지 못해 자칫 이 사건은 '화성 연쇄 살인사건'과 같이 영구 미제로 남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화성 연쇄 살인사건은 1986년 9월부터 91년 10월 사이 이 지역에서 10명의 부녀자가 살해된 사건이다.

◆ 불안한 주민들=실종된 노씨가 끝내 사망한 것으로 밝혀지자 화성 지역 주민들은 과거의 악몽을 떠올리며 불안에 떨고 있다. 경찰은 과거의 연쇄 살인사건과 이번 사건은 범행 수법 등으로 미뤄 연관이 없다고 주장하지만 주민들은 여성을 노린 흉악 범죄가 또다시 발생한 것에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화성시 봉담읍 주민 김상봉(46)씨는 "노씨 실종 사건 이후 고등학생인 딸의 귀가 시간이 조금이라도 늦어지면 애가 탄다"고 말했다. 여대생 이모(21)씨는 "야간 수업이 끝난 뒤 버스정류장까지 가는 동안 낯선 남자라도 마주치면 겁이 난다"고 말했다. 노씨 실종 직후 화성에 있는 S대학은 학생들의 안전한 귀가를 위해 야간 강의를 평소보다 50여분 이른 오후 9시에 마치고 있다. 화성 민간기동순찰대 이교선(45)대장은 "평소 2인1조로 편성하던 순찰조를 3인1조로 강화하고 순찰구역도 골목까지 확대했지만 주민들을 안심시키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화성=엄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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