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인생 역전' 미국인 '인생 몰락'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2면

▶ 잭 휘태커(中)가 2002년 복권에 당첨된 직후 부인 주웰(右), 손녀 브랜디 브래그와 함께 NBC-TV의 '투데이 쇼'에 출연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미국 복권 사상 최대의 당첨금을 탔던 잭 휘태커(57)가 2년 만에 거액을 날리고 각종 소송에 연루되는 등 인생이 엉망이 됐다.

웨스트버지니아주 찰스턴에 사는 그는 2002년 크리스마스 때 3억1400만달러가 걸린 '파워 볼 잭팟(Pow-erball jackpot)'에 당첨돼 일시불로 받으면서 관련 세금을 제하고도 1억1300만달러를 챙겼다.

건설 하도급회사를 경영하던 그는 당첨 후 기자회견에서 "당첨금의 10%를 교회와 다른 자선사업단체에 기부하겠다"고 공언했다. 실제로 그는 세 군데의 교회에 모두 700만달러를 기부하고 직업 알선 및 어린이 후원사업 등을 벌여 순탄한 생을 보내는 듯했다.

하지만 2003년 8월 스트립쇼 클럽에 주차해놓은 자신의 스포츠카에서 현금과 수표 등 54만5000달러가 든 가방이 도난당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사생활과 관련한 추문이 꼬리를 물기 시작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그가 빈번하게 스트립쇼 클럽을 드나들며 거액이 걸린 도박을 즐기는 '도박장의 큰손'이란 소문이 퍼졌다. 그러자 그의 집과 사무실엔 도둑이 끓기 시작했다. 도둑이 든 어느 날, 손녀딸의 남자친구(18)가 그의 집에서 죽은 채로 발견됐으며, 지난 4일엔 열일곱살된 그의 손녀마저 실종됐다. 두 사건은 현재 경찰이 수사 중이다.

자신도 이런저런 소송에 휘말렸다. 지난해 두 차례 음주운전으로 체포됐고, 최근 또다시 음주운전으로 적발돼 내년 1월 2일까지 28일간 재활치료센터에 수용될 처지다. 두명의 남자가 나이트클럽에서 소란을 피운 혐의로 그를 고발했고, 경마장에서 일하는 세명의 여급도 강제추행 등의 혐의로 그를 고소했다. 술집 지배인을 폭행한 혐의로도 고발된 그는 최근 벌금 100달러와 함께 매주 알코올중독자 치료모임에 참가하라는 법원의 명령을 받았다.

그는 지난해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복권 당첨 이후 여기저기서 도와달라는 요청에 시달렸다"며 "내 유명세 때문에 우리 가족이 대가를 치른 것 같다"고 말했다.

[찰스턴(미 웨스트버지니아) AP=연합]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