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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동아시아 최고의 '팔방미인' 秋史 예술 화려한 외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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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조선후기 최대의 학자이며 명필로 꼽히는 추사 김정희(1786~1856)의 학문과 예술을 살펴볼 수 있는 대규모 기획전이 열린다.

서울 견지동 동산방화랑(대표 박우홍·02-733-5877)과 소격동 학고재화랑(대표 우찬규·02-720-1524)에서 22일~4월 11일 여는'완당과 완당바람-추사 김정희와 그의 친구들'전이다. 유홍준(명지대)교수의 『완당평전』(학고재) 출간을 기념한 전시다.

완당(阮堂)은 김정희의 호. 그는 추사를 포함,1백여개의 호를 두루 썼지만 사후에 편찬된 문집 이름도『완당집』이고 비문도'완당 김정희 선생'으로 되어 있을 만큼 대표적인 호가 완당이다.

전시엔 완당의 친필 73점을 비롯해 동료, 제자, 추사와 교유했던 청나라 학자의 작품까지 모두 1백10여점이 출품됐으며 이중 미공개작도 30여점에 이른다.

완당의 대표적인 병풍 대작으로 꼽히는'곽유도비(郭有道碑)', 제자인 소치 허련이 제주도에서 귀양살이하는 스승의 모습을 그린 '완당선생 해천일립상', 완당의 난초그림 중 가장 정법(正法)으로 그렸다는 '산심일장난(山深日長)', 타계하던 해 여름에 쓴'해붕대사 화상찬', 친구 권돈인이 예산의 추사고택에 초상화를 봉안하고 눈물을 흘리며 지은'완당선생 추모시첩' 등 말로만 듣던 명작들이 즐비하다.

전시를 기획한 유홍준 교수는 "완당의 작품전은 1932년 이래 여섯차례 열렸지만 86년 완당 탄신 2백주년을 맞아 간송미술관과 고미술동호회가 개최한 것이 선생의 이름에 가장 걸맞은 전시회"라고 설명하고 "이번 전시는 영남대 박물관 등 공공기관 소장품뿐 아니라 접하기 어려웠던 개인 소장품이 대거 출품돼 특히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유교수는 "완당이 모더니스트다운 그래픽 디자인체로 쓴 작품 중에 '첫째는 독서, 둘째는 섹스, 셋째는 술'이라는 뜻으로'일독 이호색 삼음주(一讀 二好色 三飮酒)'라는 인간적인 내용의 글도 있다"고 했다.

또 "자하 신위, 우봉 조희룡, 소당 김석준, 흥선대원군 이하응 등 당대를 풍미했던 그의 벗, 제자들의 작품을 보면 완당 바람이 세긴 셌구나 하는 감탄이 절로 나온다"고 말했다.

완당은 19세기, 청나라 시대에 한국과 중국을 통틀어 능가할 사람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학문과 서예에서 최정상을 차지했던 인물.

출품작 중 청나라 학자 정조경(程祖慶)이 만나본 일도 없는 완당을 흠모해 초상화를 그리고 인사를 드리는 내용의 '문복도'(?腹圖)에서도 완당의 국제적 명성을 쉽게 느낄 수 있다.

유교수는 "완당의 위업과 예술정신은 오늘날에도 본받고 계승되어야 할 정신적 유산"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뜻에서 이번 전시회에 오늘의 화가 신학철·임옥상·강요배·이종구·김호석 등이 완당의 초상화를 비롯해 '수선화''유배살던 집''세한도' 등을 그려 출품했다.

입장료 3천원으로 두곳의 전시를 연계관람할 수 있다. 서울 전시에 이어 영남대박물관(4월 19일~5월 17일), 국립제주박물관(5월 27일~6월 30일), 광주 의재미술관(7월 8~31일)의 순회전으로 이어진다.

조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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