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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온라인우표 '전면전'인터넷업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55면

"스팸메일을 줄이고 e-메일 서버 유지비 부담을 줄일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다."

"자유로운 정보 취득을 박탈하는 초법적 제도로, 수익을 위해 독점적 지위를 남용하는 것일 뿐이다."

지난해 3월 국내 최대의 포털 사이트인 다음커뮤니케이션이 상업성 대량 메일에 요금을 물리겠다는 이른바 '온라인우표제' 시행 계획을 밝히자 다음의 메일을 무료로 사용해온 인터넷 업체들이 발칵 뒤집혔다.

그로부터 1년여. 인터넷 업체들은 'e-메일 자유모임'을 만들어 다음과 격렬한 공방을 벌였고, 지난 1월에는 다음까지 포함된 'e-메일 환경개선협의체'(이하 협의체)를 만들어 타협점을 찾았으나 합의에 실패했다.

다음은 이에 따라 4월부터 온라인우표제를 시행하겠다며 세부 계획을 발표했고, 인터넷 업체는 거래중단 등 강력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온라인우표제를 둘러싼 다음과 인터넷 업체의 전면전이 눈앞에 다가온 것이다.

◇강행하는 다음=다음은 지난 14일 "4월 1일부터 온라인우표제를 정식 서비스한다"고 밝혔다. 다음은 협의체가 중재 종료를 선언한 직후인 2월 19일 우표제 강행을 밝히고 대량메일 발송업체에 대해 'IP(인터넷프로토콜)등록'을 실시했다. 다음은 IP를 등록한 업체가 2천5백여개라고 밝혔다. 다음측은 "온라인우표제는 하루 1천통 이상의 메일을 전송하는 IP가 대상이지만 요금은 네티즌이 상업적이라고 판단한 메일에만 부과된다"며 "정보성이 있다고 판단하면 부과한 요금을 돌려주는 '비과금정책'을 편다"고 밝혔다.

다음은 ▶스팸메일 규제▶고품질의 건전한 메일문화▶비용 부담 감소를 위해 우표제를 시행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음측은 "지난 3~4년간 e-메일을 처리하기 위한 서버 투자에만 연간 2백억원 정도씩 사용해 왔다"며 "스팸메일이 줄면 이 비용도 현격히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웅 사장은 "업계가 스팸메일을 줄이기 위한 자율적 규제방안도 마련하지 못하고, 서버 유지 비용 감소나 e-메일 서비스의 질 향상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지도 못하는 상황에서는 온라인우표제를 예정대로 시행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강력 대응 밝힌 자유모임=자유모임은 "온라인우표제가 발붙이지 못하도록 강력 대응할 것"이라는 성명서를 14일 즉각 발표했다. 김경익 대표는 "우표제는 스팸메일의 해결 방법이 될 수 없으며 다음이 e-메일 시장에서의 독점적 지위를 남용해 수익을 올리려는 수단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인터넷 기업의 질서를 어지럽히고 네티즌의 자유로운 정보 취득을 박탈하는 초법적 제도"라며 "서버 비용 부담 문제는 다음이 구조조정을 제대로 못한 결과"라고 주장했다. 자유모임에는 항공사·인터넷 쇼핑몰·인터넷마케팅협회 회원사 등 2백50여 업체가 참여하고 있다.

구체적인 대응방안도 마련했다. 우선 e-메일 발송 중단에 따른 상거래 피해에 대한 법적인 대응과 함께 '계정 전환'운동을 펼칠 예정이다. 다음의 메일 대신 '야후'나 '라이코스'등의 e-메일을 사용하자는 것이다. 또 회원 기업들이 광고 등 다음과의 모든 거래를 중단하는 것도 병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대표는 "스팸메일의 정의조차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스팸메일을 줄이는 방안이라며 우표제를 시행하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가상우표 사용, IP바꿔치기 등이 가능해 기술적으로도 공정한 요금 부과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업계에 미치는 영향=온라인우표제는 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일개 기업의 e-메일 유료화 차원을 넘어선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협의체의 김성호 실장은 "우표제 때문에 온라인 거래 비용이 증가할 경우 기업, 특히 영세한 중소기업의 영업비용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웹호스팅 업체인 탑매니아의 윤문홍 사장은 "한통에 10원을 물릴 경우 하루 1백만원 정도의 추가부담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편 양측은 팽팽한 주장을 펴면서도 업계와 소비자들에게 미칠 영향을 감안해 타협의 여지는 여전히 남겨두고 있다.

협의체 김성호 실장은 "기본적으로 e-메일 유료화에 찬성하지만 상생의 효과가 아니라 피해가 크다면 다시 검토해 신중히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다음 이재웅 사장은 "스팸메일과 다음의 서버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다른 현실적인 방안이 마련된다면 언제라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정보통신부 인터넷정책과 김경만 사무관은 "스팸메일 감소방안을 마련하고 메일 처리를 위한 다음의 부담을 인정하는 바탕에서 요금부과 문제를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염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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