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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렵하고 씩씩하게 '스포츠'를 입는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51면

정장 바지와 스니커즈, 스포츠 점퍼가 빚어내는 조화가 올 봄 패션 리더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운동복에서 보여지던 커다란 주머니와 지퍼, 굽 낮은 운동화가 정장에 응용되기도 한다.

일·스포츠·여가에 두루 활용할 수 있는 입기 편하고 기능적인 옷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DKNY'의 김령 디자인 실장은 "사무실에 있다가 바로 헬스클럽에 간다고 해도 어색하지 않을 옷들"이라고 말한다.

이런 옷들이 부각되는 이유로 일상 속으로 끼어든 스포츠를 든다. 이제 스포츠는 억지로 돈과 시간을 내 해야 하는 삶의 특별 메뉴가 아니다.

스포츠가 자연스러운 일상 생활의 한부분으로 자리잡아가면서 패션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건강한 삶에 대한 관심과 주 5일 근무제의 확산 등으로 인한 여가 시간의 증가도 이유다. 오는 5월 열리는 월드컵의 열기도 한몫 한다.

김실장은 "이제 사람들의 관심은 어떻게 하면 멋있게 차려입을까, 어떻게 입으면 아름답게 보일까가 아니다.

스스로 만족하면서 편하고 건강하게 살아가는 게 삶의 목표가 되고 있다"고 말한다.

패션 관계자들은 이같은 흐름이 한 때의 유행 이상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올 초까지 BNX·시비지·GIA·EXR 등 새로운 캐주얼 브랜드가 앞다퉈 선보이고 있으며 여성복 브랜드 아이잗바바에서도 아이잗바바 위켄드를 따로 만들었다.

지난해 선보인 빈폴 골프·필라 골프에 이어 올 들어서도 엘르 골프·김영주 골프 등 10여개 골프 브랜드가 골프장에서뿐 아니라 평상복으로 입을 수 있는 골프복을 선보이고 있다.

세계적인 디자이너들도 스포티한 느낌을 살린 옷들을 강화하고 있다.

'프라다'브랜드는 1998년 '프라다 스포츠'를, '에스까다'는 99년 '에스까다 스포츠'를 만들었다.

세계적 디자이너 톰 포드는 지난해 열린 '구찌'패션쇼에서 특유의 섹시함을 버리고 헐렁한 바지와 스포티한 신발, 패션쇼에서 취급하지 않던 벨트 백, 진 소재의 소품들을 대거 등장시켰다.

'DKNY'의 도나 카란은 올 봄 면이나 마 소재의 헐렁한 원피스와 스니커즈, 큰 주머니가 달린 스포츠 점퍼 등을 제안했다.

에스까다 패션쇼에서는 테니스 복을 연상시키는 스커트가 등장했다.

'루이 뷔통'의 디자이너 마크 제이콥스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고 있는 2002 가을·겨울 기성복 패션쇼(프레타 포르테)에서 귀여우면서도 스포티한 패션을 제안했다.

이같은 스포츠 룩의 필수 목록은 스니커즈다. 필라 코리아의 김세래나씨는 스니커즈에 활동적인 7~9부 바지나 밑단을 한번쯤 접어 올린 진바지를 제안했다.

또 "단순하고 경쾌한 디자인의 치마에 무릎까지 오는 양말과 스니커즈도 조화를 이룬다"고 덧붙였다.

진 소재 의상과 소품도 강세다. 진 소재의 스니커즈나 배낭·커다란 손가방 등이 스포츠 룩과 어울리는 소품으로 꼽힌다.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정장과 캐주얼을 과감하게 섞어 입어보는 것도 시도해 볼 만하다. 단추 대신 지퍼를 단 재킷, 와이셔츠 대신 밝은 색 니트, 나일론 소재를 사용한 상의도 스포티한 느낌을 살리는 데 효과적이다.

박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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