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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국내 팬터지영화 도약 채비 : 해외 팬터지 영화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7면

할리우드에서 팬터지 영화의 계보는 주류 문화와 비주류의 끊임없는 대화의 장이었다. 특히 이 움직임은 호러 영화의 경우 뚜렷한데 1950년대 영국의 해머영화사가 만들어낸 호러물의 영웅들, 다시 말해 프랑켄슈타인과 드라큘라·미라 같은 캐릭터는 이후 할리우드 메이저 영화사들이 사랑하는 '괴물'들이 되었다.

보다 좁은 의미의 팬터지 영화, 다시 말해 전설과 신화·동화를 기반으로 하는 팬터지 영화는 1980년대 이후 폭발적인 유행을 탔다. 그 대표 주자로 조지 루커스와 스티븐 스필버그를 꼽지 않을 수 없다. 스필버그는 'E.T'와 '인디아나 존스','쥬라기 공원'으로 이어진 영화에서 아동 관객의 시각을 고려한 영화 컨셉트와 모험담, 그리고 눈부신 CG 기술로 팬터지를 주류의 성채로 안내했다. 우리가 '오즈의 마법사'를 비롯한 동화에서 친숙하게 볼 수 있었던 마법과 신나는 모험의 세계를 영화로 번안했던 것이다. 한편 조지 루커스는 SF의 영역에서 스필버그와 흡사한 업적을 남겼다. 소설 '반지의 제왕'에서 영향을 받았음이 명백한 '스타워즈' 시리즈는 기사와 외계의 우주인을 나란히 한 무대에 올려놓는 비법으로 대중문화의 영원한 아이콘이 되었다. 선악의 대립과 불굴의 의지를 지닌 영웅의 탄생 등 '스타워즈' 시리즈는 팬터지 문학을 할리우드 스크린으로 옮겨낸 가장 훌륭한 업적으로 남을 것이다.

어린이의 모험이나 영웅담을 환상적인 비주얼로 채색한 팬터지물은 적지 않다.'라비린스'는 '오즈의 마법사'를 현대판으로 각색한 것이며 '엑스칼리버'는 아서왕의 이야기를 거의 완벽한 환상의 세계로 재현해냈다.

동화와 SF·팬터지를 뒤죽박죽 섞으면서 독창적인 스타일로 빚어낸 감독도 있다. 바로 팀 버튼이다. 그는 '가위손'과 '배트맨' 시리즈,'화성침공'과 최근작 '혹성탈출'에 이르기까지 자유자재로 팬터지 전통을 계승하고 해체하면서 가공된 이미지의 세계를 만들어냈다. 놀라운 건 이 문제적 감독이 할리우드 주류에서 벗어나지 않으면서 모든 작업을 해냈다는 사실이다. 우리에게도 이런 감독이 하나쯤 있으면 하는 생각이 드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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