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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 인권문제 거센 비난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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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대(對)테러전쟁에서 공조를 유지해온 미국과 중국이 인권문제 때문에 등을 돌렸다. 서로 인권상황을 비난하는 가시 돋친 성명을 핑퐁식으로 주고받는 형국이다.

양국간 티격태격은 지난 4일 미 국무부가 발표한 연례 인권보고서가 발단이 됐다.

국무부는 보고서에서 "중국 당국은 체제 안정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한 사람이나 단체를 신속하게 억압하고 있다"고 비난하면서 "정치·종교적으로 불만을 지닌 시민들은 탄압으로 가득찬 환경 속에 놓여 있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초법적인 처형과 고문, 수감자들이 처한 열악한 환경, 임의 체포와 구금 등과 같은 구체적 사례를 제시했다.

보고서는 이어 기독교·이슬람교·불교 등 비등록 종교단체에 대한 중국 당국의 탄압 사례를 열거하면서, 특히 사교(邪敎)로 규정된 파룬궁(法輪功)의 수련자들은 지난해에만 수십명이 수감 중 숨졌다고 폭로했다.

중국은 즉각 반격에 나섰다.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5일 "사실과 어긋난 국무부 보고서는 인권을 빌미로 한 내정간섭"이라고 받아친 뒤 "중국 정부와 인민은 깊은 불만과 반대 의사를 표명한다"고 경고했다.

외교부는 이어 "국무부 보고서는 불합리한 내용을 담고 있다"면서 "이는 분명히 어떤 저의를 담고 있는 것"이라는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냈다.

중국 당국이 테러범 소탕을 구실로 신장(新疆)·위구르 지역의 독립 움직임을 탄압하고 있다는 미국측 지적에 대해 외교부는 "국제적인 테러와의 전쟁에서 미국은 이중 잣대를 적용하고 있다"고 역공을 가했다.

중국은 11일 재차 포문을 열었다. 중국 국무원 신문판공실은 이날 발표한 '미국의 인권상황을 비판하는 1만자 보고서'에서 "'세계의 인권심판관'을 자임해온 미국이 정작 자국 내 인권문제에는 눈을 감는 이중성을 보이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 보고서는 "심각한 인권침해가 존재하는 곳은 오히려 미국"이라고 정면으로 미국을 공격한 뒤 폭력과 인종차별, 총기사고, 남녀 평등권 법규 미비 등을 조목조목 문제점으로 지목했다.

미국도 재반격에 나섰다. 국무부의 리처드 바우처 대변인은 11일 "미국 내 인권상황을 혹독하게 비판한 중국측 인권보고서는 조사가 빈약하고 피상적인 것"이라고 일축했다.

바우처 대변인은 "우리 언론인들은 미국의 인권을 자유롭게 보도하고, 우리 법원과 의원들은 매일 인권문제에 관해 토론하고 협의한 뒤 결정을 내린다"고 말했다.

워싱턴·베이징=이효준·유광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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