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렷한 증상없는 요즘 性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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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1면

원조교제의 확산 등 성 도덕의 타락 때문일까, 성병이 늘고 있다. 보건 당국에서 집계한 구체적 통계자료는 없지만 일선 비뇨기과 의사들을 만나보면 성병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고 말한다.

중요한 것은 요즘 유행하는 성병의 양상이다. 과거 주종을 이뤘던 매독이나 임질은 크게 줄어든 반면 비(非)임균성 요도염·사면발이·콘딜로마와 헤르페스 등이 늘고 있다.

전자와 후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첫째 격렬한 증상의 유무다. 매독이나 임질은 배뇨시 통증·피부 발진이나 궤양 등 증상이 확실하게 나타나는 반면 비임균성 요도염 등 요즘 유행하는 성병은 절반 가까이가 자신이 성병에 걸린 사실조차 모를 정도로 은밀하다. 증상이 은밀한 것은 결코 좋은 일이 못된다. 조기발견과 치료가 어렵고 잠시 방심하다 배우자에게 옮기는 불상사를 빚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호주 청소년의 30%가 클라미디어란 세균에 의한 비임균성 요도염을 앓고 있다는 외신도 있다. 모르긴 몰라도 국내에서도 호주 못지않게 비임균성 요도염 환자가 많을 것으로 추산된다. 다행히 클라미디어 등 세균에 의한 전형적인 비임균성 요도염은 항생제로 완치가 가능하다. 그러나 항생제로 치료할 수 없을 뿐더러 소변검사를 통해 배양조차 되지 않는 출처 불명의 바이러스성 비임균성 요도염마저 심심치 않게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둘째론 콘돔의 보호 효과에서 차이가 난다. 전자는, 특히 임질의 경우 콘돔으로 거의 확실하게 예방이 가능한 반면 후자는 콘돔의 예방효과가 불확실하다. 미국 국립보건원은 지난해 에이즈와 임질을 제외하곤 콘돔의 성병 예방효과가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았다고 발표한 바 있다. 콘돔을 착용했더라도 요즘 유행하는 성병은 얼마든지 걸릴 수 있다는 뜻이다.

음모에 기생하는 사면발이는 털에서 털로 옮기므로 콘돔이 무용지물이다. 다행히 사면발이는 바르는 샴푸나 연고 제제로 어렵지 않게 완치할 수 있다.

그러나 콘딜로마나 헤르페스 등 바이러스가 옮기는 성병은 치료제가 없다. 콘딜로마는 사마귀를 통해, 헤르페스는 물집을 통해 성기가 아닌 피부와 피부간 접촉 만으로도 전염된다. 잠깐의 쾌락을 위해 평생 성병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일은 없어야 겠다.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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