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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택씨 구명 청탁 의혹 金모씨에 이수동씨 거액 수수 포착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5면

차정일(車正一)특별검사팀은 8일 이수동(李守東·구속)전 아태재단 상임이사가 김대중 대통령의 차남 김홍업(金弘業)아태재단 부이사장의 고교 동창 金모(52)씨로부터도 수천만원을 받은 정황을 포착하고 돈의 성격 규명을 위해 金씨 검거에 나섰다.

특검팀은 또 검찰 고위간부의 수사기밀 누출 의혹과 관련, 신승남(愼承男)전 검찰총장이 지난해 11월 10일 아시아·유럽 검찰총장 회의 참석차 중국으로 출국하기 전 이수동씨에게 먼저 전화를 걸었고 며칠 뒤 李씨가 도미한 점을 중시, 당시 정황파악에 주력하고 있다. 이수동씨의 측근 도승희(都勝喜)전 서울시정신문 회장도 이날 "愼전총장이 알려준 것으로 안다"고 주장했다. 愼전총장측은 이에 대해 "대략 그 시기에 이수동씨에게 전화를 건 적이 있는 것으로 기억하지만 수사 기밀을 말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특검팀은 金씨가 이수동씨에게 건넨 돈이 금감원 조사나 검찰 수사 무마를 청탁하기 위한 이용호씨의 것이거나 또는 제3의 인물이 金씨를 통해 또 다른 청탁을 하기 위한 것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金씨는 특검팀이 수사망을 좁혀오자 최근 잠적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특검팀은 곧바로 金씨를 출국금지 조치하고 신병 확보에 나섰다. 이수동씨는 이용호씨로부터 금감원 조사 무마 명목으로 2000년 3월 5천만원을 받은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 상 알선수재)로 구속된 상태다.

金씨는 이용호씨가 대검에 구속된 직후인 지난해 9월 이형택(李亨澤·구속)전 예금보험공사 전무로부터 "愼전검찰총장에게 동생 승환(承煥·구속)씨가 이용호씨에게서 돈을 받은 사실을 전해달라"는 수사 축소 압력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돼 지난달 특검 조사를 받았으나 확인되지 않았었다.

특검팀은 이날 이용호씨와 李씨의 동서인 KEP전자 전 이사 김명호(구속)씨에게 2000년 3월 3백억원을 대출해 주면서 사례비조로 3억2천만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난 H은행 조사역 鄭모(50)씨를 긴급 체포했다. 특검팀은 鄭씨를 상대로 대출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한 실력자가 있었는지를 추궁 중이다.

한편 이수동씨 가족과 변호인은 이수동씨에 대한 신문 조서를 일부 누락시켰다며 특검 파견 검사 및 특별수사관 등 3명을 허위공문서 작성 등 혐의로, 또 이수동씨가 인사 청탁에 개입했다고 보도한 조선일보측을 명예훼손 혐의로 이날 서울지검에 고소했다.

이상언·김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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