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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어 익혀야 '월드스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7면

영국에서 제작 중인 영화 '007 시리즈'의 출연 제의를 거절해 화제를 모았던 톱 배우 차인표의 '거절'과 관련해 최근 영국의 연예정보 전문신문인 MRIB가 호의적으로 보도했다.

그가 제의받은 '문대령'역은 제임스 본드를 빼곤 가장 비중이 큰 역으로 세계적 배우로 도약할 수 있는 기회였지만 "한반도의 정치상황을 비틀어 묘사했기 때문"에 출연을 거절했던 것.

이와 관련, 차인표가 영국 옵서버지 기자와 전화 및 e-메일을 주고 받았는데 "혹시 출연제의 거절이 정부에서 막기 때문이 아니냐"는 질문조차 있었다고 한다.

씩씩한 목소리의 차인표는 명쾌했다."어렵사리 시나리오를 구해 읽어 보니 비무장 지대에 비밀 기지를 마련하고 한국과 일본을 점령하려는 북한군 소속 문대령 역 설정부터 문제였다. 문대령이 우리 나라를 방문하면 미군이 우리를 대표해 영접하는 등 우리 나라를 미국의 꼭두각시로 보는 제국주의적 시각에 거부감을 느꼈다."

이에 미국 영화사측은 "당신이 아니더라도 다섯명 정도의 배우가 줄 서 있다"며 거절에 불쾌해 하더라는 게 그의 얘기다.

이번 일은 기본적으로 그의 영어 실력에서 비록됐던 것으로 보인다. 미국 뉴저지 주립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현지 해운회사 근무경력이 있는 그가 영문 시나리오를 잘 파악했기 때문이다.

성실한 사나이 차인표는 올 8월 독일 블루오렌지 미디어사가 만드는 '더 러빙 하트(The Loving Heart)'라는 영화에 출연할 예정이다.

역시 미국 유학파인 최수종이 며칠 전 영국 BBC 라디오와 인터뷰했다. 영국 BBC와 호주 ABC 라디오가 한국 문화에 관한 라디오 다큐멘타리를 공동 제작하면서 최근 종영한 사극 '태조 왕건'의 주인공인 최수종을 소개하고 촬영 후일담 등을 취재한 것이다.

2002년 한·일 국민교류의 해를 맞아 우리측 친선사절로 임명된 영화 '쉬리'의 김윤진은 뉴스위크 표지모델이 되기도 했는데 역시 외국어 실력이 일조했을 것이다.

'21세기 문화코드'로 샛별 격인 장나라는 요즘 등을 붙이기 어려울 정도로 바쁘다. 그런 그녀가 촬영 짬짬이 영어 공부를 시작했다.

최근 미니 시리즈 '선물'로 활동을 재개한 탤런트 송윤아도 휴식기간 중 하루 2시간씩 영어회화 공부에 열중했고, 정선경도 최근 일본어 공부를 시작했다.

우리의 대중 문화도 세계화되고 그 '세계 속으로' 뛰어들어야 한다. 예컨대 우리 영화계는 1980년대 말 홍콩영화들이 '홍콩 누아르'란 이름으로 아시아 영화계를 휩쓸었던 점을 벤치 마킹할 필요가 있다. 홍콩 누아르는 역사 속으로 사라진 것이 아니다.

저우룬파(周潤發)·리롄제(李連杰)·양쯔충(楊紫瓊)·청룽(成龍)·우위썬(吳宇森) 등은 할리우드로 진출, 성공했다. 우리의 연예인들에게도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 역시 알아야 이기는 법이다.

MBC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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