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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미·신영옥·홍혜경… 그 다음엔? '세계의 목소리' 숨은 보석 많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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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보기

종합 47면

소프라노 조수미·신영옥·홍혜경….세계 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한국인 성악가의 이름을 열거하다 보면 이쯤에서 말문이 막힌다. 다른 얼굴이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월드컵 전야제에서 이들 '3 소프라노'의 합동공연을 추진하다가 소프라노 조수미·테너 안드레아 보첼리 듀오로 결정됐고, 월드컵 조추첨 이벤트에선 소프라노 홍혜경씨가 무대에 섰다. 오는 5월 베를린 도이체 오퍼 초청 '피가로의 결혼'에서도 한국인 성악가로는 유일하게 신영옥씨가 수잔나 역을 맡는다.

하지만 언제까지'3 소프라노'를 고집할 것인가. 조금만 눈을 돌려보면 세계 무대에서 활약하고 있는 신예 성악가들은 의외로 많다. 오페라단이나 공연장에서 약간의 모험만 감행하면 다양한 얼굴을 국내 무대에 소개할 수 있다.극소수의 스타급 성악가만 고집하다 보면 국내 음악팬들은 그만큼 '음악적 편식'을 할 수밖에 없다.

세계의 거의 모든 오페라극장의 정보를 담고 있는 오페라베이스(operabase.com)에 한국인 성(姓)을 검색해 보면 뜻밖에 낯선 이름들이 많다. 그중 몇몇은 국내에 초청을 받아 소리소문 없이 데뷔하고 돌아간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 '낯선 이름'들이다.

▶소프라노 권해선(헬렌 권·41)=쾰른음대 졸업 후 1987년부터 함부르크 슈타츠오퍼 주역 가수로 활동 중. 독일인 첼리스트와 결혼했다. '마술피리'의 밤의 여왕 역을 비롯, '호프만의 이야기'(올림피아) '박쥐'(아델레) '코지 판 투테'(피오르딜리지) '라보엠'(무제타) '리골레토''가면무도회'(오스카) '투란도트'(류) 등 다양한 레퍼토리를 소화해 냈다.

▶테너 박기천=독일 만하임 오페라의 주역가수로 활동하면서 틈틈이 바젤·하노버·로마 등 세계적인 무대에서 '투란도트''카르멘''가면 무도회''맥베스''아이다' 등 대형 작품에 출연해 왔다. 지난해 한·독 친선음악회에서 KBS교향악단과 협연, 호평을 받았다.

▶베이스 양희준(시몬 양·42)=95년부터 함부르크 슈타츠오퍼 주역 가수로 활동. 중앙음악콩쿠르 1위에 입상했다. 99년 이후 '운명의 힘''루치아''세빌랴의 이발사''마술피리''피가로의 결혼''보리스 고두노프''살로메''돈조반니''돈 카를로' 등에 출연하면서 함부르크 슈타츠오퍼의 터줏대감으로 자리잡았다.

▶베이스 강순원=한양대와 밀라노 음악원을 졸업했다. 중앙음악콩쿠르에서 입상했으며 94년 국립오페라단에서 '피가로의 결혼'으로 데뷔했다. 라이프치히 오페라를 거쳐 현재 프랑크푸트트 오퍼 주역 가수로 있다.

▶베이스 연광철=93년 플라시도 도밍고 국제콩쿠르에서 우승했으며 이듬해부터 베를린 슈타츠오퍼(음악감독 다니엘 바렌보임)의 주역 가수로 있다. '마술피리''펠레아스와 멜리장드''세빌랴의 이발사' 등에 출연했다. 국립오페라단의'피가로의 결혼''코지 판 투테' 등에서 모차르트 가수의 진면목을 보여줬다.

이밖에도 ▶소프라노=정민희(브장송 오페라)·신윤정(빈 폭스 오퍼)·김성은(트리에스테 극장)·박은주(베를린 코미셰 오퍼)·이윤아(뉴욕 시티오페라)▶테너=정이근(칼리아리 극장)·이인학(아우구스부르크 극장)·김재형(토리노 레지오 극장)·이영화(베네치아 라 페니체)·김재우(시드니 오페라)▶바리톤 서정학(빈 슈타츠오퍼)·윤형(워싱턴 오페라)·김재우(시드니 오페라)·김우경(드레스덴 오페라) 등이 활동 중이다.

국내 무대에서도 이들이 다채로운 오페라 작품을 공연할 수 있는 날이 손꼽아 기다려진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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