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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더 힘 빼야 검찰 개혁 성공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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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검찰 개혁의 초점은 검찰에 주어진 비대한 권력에 대한 견제에 있다. 과도한 힘의 집중을 분산하자는 것이다. 그 핵심은 검찰의 기소(起訴)독점주의와 폐쇄적 조직문화 타파다. 이런 맥락에서 지난 11일 공개된 검찰의 개혁안은 일단 긍정적이다. 그중에서도 기소 여부에 국민이 참여하는 방안이 그렇다. 조만간 ‘검찰시민위원회’를 구성해 사회적 이목을 끄는 주요 범죄의 기소·불기소 여부를 심의하도록 했다. 장기적으론 뇌물·정치자금 등 부정부패 사건에서 일반 시민이 기소를 결정하는 미국식 대배심(Grand jury·기소배심) 모델의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민간인 감찰위원회 신설, 검사 범죄에 대한 ‘특임검사’ 운용도 검찰권 개방과 통제라는 점에서 바람직하다.

검찰은 ‘공익(公益)의 대표자’(검찰청법 4조)로서 형사소송법상 국가소추주의·기소편의주의에 따라 공소권을 독점해왔다. 1948년 검찰청법 제정으로 검찰 조직이 만들어진 이후 62년간 이어져온 불가침의 성역과도 같았다. 검찰 계획대로라면 우리 사법제도의 큰 획을 긋는 큰 변화임에 틀림없다. ‘기소배심제’ 도입은 관련 법 개정이 필요하고, 정치권의 상설특별검사·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논의에 대한 맞불 성격을 띠고 있다. 하지만 대상 범죄를 특정하고 기소배심을 의무화하는 방향으로 법 개정을 서두른다면 검찰권 전횡을 막는 적절한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본다.

그동안 검찰은 기소독점에 따른 권위주의, 소수 엘리트주의, 패거리 문화가 복합적으로 쌓이면서 국민과 유리된 권력집단으로 비쳐져 온 측면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검사 스폰서 문화는 그 단면에 불과하다. 검찰 개혁의 진정성이 의심받지 않으려면 국민을 사법의 대상으로만 취급하는 권위주의적 의식을 제도적으로 청산해야 한다. 시민검찰모니터·검찰옴부즈맨 등을 통해 시민 참여의 길을 보다 과감히 넓혀야 한다. 차제에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도 돌이켜볼 필요가 있다. 지금처럼 교통사고 등 비교적 경미한 사건까지 수사권한을 모두 틀어쥐고 있는 게 바람직할까. 이런 권한 집중이 비리의 단초를 제공하는 측면이 없지 않은지 검찰은 자문(自問)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