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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내 생각은…

인간의 어두운 내면 그린 영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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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먼저 '이해'에 대해 한마디 하지 않을 수 없다. '매쉬'나 '제임스본드 어나더 데이' 가 관련 당사국에 불편과 오해를 불러일으킨 것에 대해서는 인정한다. 그러나 그렇다고 그 이해가 바른 것이었는지에 대해선 다시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왜곡과 편향된 시각으로 제작된 수많은 영화, 예를 들어 서부개척시대(이것도 자기들 입장에서 했던 소리다) 인디언을 악의 화신인 양 그려낸 서부영화들과 이념과 정권의 선전물로 제작된 수많은 영화가 사람들에게 대접을 받은 적이 있던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영화들이 인디언을 제작자의 의도대로 생각하게끔 만들었다. 내면에 숨겨진 진실을 안다는 것은 시대를 떠나 언제나 어려운 일임에는 틀림없다. 그래서 영화에 대한 칼럼니스트가 필요하고 역사의 인식에 대한 올바른 해석이 필요한 것이다.

이경기님이나 나나 그 영화를 본 영국 여왕 할머니의 인식이 어떠했는지는 모른다. '박하사탕' 이 어떻게 시대상황을 왜곡하고 비뚤어진 인간상을 표현한 것인지에 대해서도 이해가 같을 수는 없다.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가 이란의 시대 상황을 말한 것이 아닌 것인 줄이야 나보다 더 잘 알고 계실 것이고 영화를 본 관객들이 회교국가의 어두운 이미지를 불식시켰다면 그것은 부차적인 수확일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이야기의 본질인 '코드'와 영화의 선택에 대해 우리가 시빗거리로 삼을 수 있겠는가에 대한 것은 의문이 가지 않을 수 없다.

영국의 역사 속에도 종교란 이름으로 행해진 수많은 살육과 한 인간의 이기심으로 이루어진 살인이 난무했었다. 물론 그것은 영국만은 아니다. 인간이 있던 곳 어디서나 있었으니까. 서구 열강들의 현재의 번영이 어디에 기초하고 있다는 것은 너나없이 알고 있는 사실이 아닌가. 그것이 영화로 만들어졌다고 그걸 어떻게 볼 것이다 하는 것은 비약이 아닐까.

과문한 탓인지는 몰라도 영화를 비롯해 문학이나 그림.사진 등 예술이란 이름으로 행해지는 모든 것이 인간의 이해와 해석에 기초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것은 시공을 넘어서는 것이다. 인간의 어두운 내면을 조명한 영화라고 인간은 어둡게만 해석하는가. 살육도, 살인도, 전쟁도, 그 외 어떤 외면하고 싶은 인간의 어두운 내면도 결국 인간 자신에 의해 지금도 도처에서 저질러지고 있다. 좋은 영화란 이런 인간 심성에 대해 새로운 해석을 내리고 의문을 던지는 것이 아닌가. 물론 그것이 밝고 명랑한 것이라고 안 될 것은 아니지만 어떤 것이 더 치열한 것인가. 어떤 것이 더 인간을 한번 더 돌아볼 수 있는 물음을 던진 것인가. 밝음을 밝음으로만, 어둠을 어둠으로만 해석하지 않는데 인간의 오류와 지혜가 공존하는 게 아닌가. 이경기님도 말했지만 영화에 대한 '이해'야 관객들의 몫이고 그것이 감독들이 책임져야 할 사항은 아니지 않은가. 이창동 감독의 일련의 영화들이 '환상의 파괴'가 아니라 시대 속에 파괴돼 가는 한 인간의 몸부림으로 봤다면 그것은 대단한 오류인가? 또한 그것이 한국사회 전반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가져오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을 가졌다면 잘못된 것인가.

고백하지만 나는 '노사모'도 아니고 작금의 열우당에 무조건적인 지지를 보내는 얼빠진 인간도 아니다. 나름대로 균형 잡힌 시각을 가지려고 노력하는 소시민일 따름이다. 이경기님이 어떻게 이해를 하는가에 대해서는 나의 소관 밖의 일이지만 그러한 시각에 대해 일방통행을 요구할 수도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장호준 수중사진가·대구시 북구 검단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