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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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더 이상 품안의 자식이 아니로구나…. 세상의 많은 부모가 커 가는 자식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이런 생각을 하곤 합니다. 아이들이 가정이라는 울타리를 넘어 다른 세상에 한 걸음 내딛기 시작할 때부터 아이들과 부모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거리가 생기게 되지요.

혹시 아이들이 '내 품'에 있던 즈음으로 돌아가 볼 수 있다면, 혹은 내가 부모님의 품에 머물던 즈음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아이들과의 사이에 놓여있는 거리를 이만큼 가까이 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촉망받는 젊은 여성작가 이빈의 '안녕 ?! 자두야 !!'와 일본의 여류작가 사쿠라 모모코의 '모모는 엉뚱해'(원제:치비마루코 짱)는 아이들이 학교라는 바깥세계에 첫걸음을 하기 시작하는 무렵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두 작품 모두 작가들의 어릴 적 추억을 토대로 맛깔스럽게 살을 더한 작품들입니다.

짠순이 엄마와 공처가 아빠를 딴은 어른스러운 시선으로 바라보며 스스로 다 컸다고 생각하는 자두이지만, 아직도 자기를 철부지로 여기는 부모님이 불만일 때가 많지요. 밀린 '일일공부'와 갖고 싶은 '스카이 콩콩', 엄마 지갑을 뒤져 몰래 사먹은 눈깔사탕과 냄새나는 재래식 변소는 미처 눈치채지 못했던 아이의 성장을 확인하는 자리이거나 돌이켜보면 늘 하늘같은 크기였던 부모님의 사랑이 그리운 추억입니다.

1백만원만 있으면 평생 공주님처럼 살 수 있을 거라며 행운을 꿈꾸는 모모에게도 불량 과자가 허락되던 소풍날과 개학 전날 밤 벼락치기로 써 내려간 일기장, 보물보다 소중히 간직했던 엉터리 장난감은 무용담으로서가 아니라 용서로 감싸주시던 질박한 부모님의 다정함을 떠올리게 합니다.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어린이들에게 3월은 설렘 가득한 달일 겁니다. 동시에 초보 학부형들에게는 기대와 고민이 함께 하는 시간이기도 할 것이구요. 우리 아이들을 이해하는 일은 어른들이 지나온 시간들과 이제부터 아이들이 걸어갈 시간들이 그다지 다르지 않음을 깨닫는 것에서부터 출발하면 좋지 않을까요. 일일공부가 탐구학습으로, 스카이 콩콩이 탑블레이드로, 눈깔사탕은 피자나 햄버거로 바뀌었을 뿐일 테니까요.

"속으로 뜨끔하셨죠 ? 여러분 얘기 같아서요"라는 이빈 작가의 이야기처럼 두 작품은 사실 어른들을 위한 만화랍니다. 제법 따뜻해진 봄 햇볕을 아이들과 함께 맞으며 자두와 모모가 질투할 만큼 즐거운 추억을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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