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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돌 맞은 지식인 중심 새길교회 종교화합운동 새 물꼬 트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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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초교파 평신도 교회를 표방해 온 새길교회가 지난 3일 오후 3시 서울 강남청소년회관 1층 강당에서 '이웃 종교에서 보는 한국기독교'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한완상 전 교육부총리·길희성 서강대교수·이삼열 숭실대교수·김창락 한신대 교수 등 지식인들이 1987년 설립한 이 교회의 열다섯 돌을 기념하는 자리였다.

"달을 쳐다보라고 하니 달(진리)은 안 보고, 그렇다고 손가락을 보는 것도 아니고 손가락의 때만 보더라고들 말하죠. 사실 지금껏 우리는 종교의 교리와 제도만 보아왔습니다. 이제 다 같이 달을 쳐다보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한완상 새길기독사회문화원 이사장의 인사말은 우리 종교계의 현실을 함축적으로 담아내 통로까지 꽉 메운 3백여 청중의 박수를 받았다. 사실 손가락의 때만 보아왔다는 비난에선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어느 종교도 예외일 수 없다.

한 이사장의 인사말을 더 들어보자. "천주교에 심취했다가 불교에 귀의한 현각스님(『만행, 하버드에서 화계사까지』의 저자)의 말을 듣는 순간 저는 전율을 느꼈어요. 그를 이 자리까지 굴러오게 한 힘은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는 예수의 말씀이었다더군요."

그렇다. 꼭대기는 하나인데 올라가는 길만 다를 뿐이다. 이날 발제자로 나선 노길명 고려대(사회학)교수, 진월 스님(한국종교연합선도기구 대표), 최일범 성균관대(유학동양학)교수, 박광수 원광대(원불교학)교수 등의 논지도 여기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개신교의 배타성, 친미·반공 이데올로기의 생산 공급, 물량주의, 기복주의적 신앙행태 등이 비판의 도마에 올랐다. 그러자 청중도 웃음으로, 때론 박수로 공감의 뜻을 보냈다.

그런데 청중석에서 자신을 '목사'라고 소개한 사람이 발언권을 얻어 "예수가 아닌 다른 교를 믿어 구원을 받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주장을 펴 뜨겁던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관계자들이 재빨리 사태를 수습했지만, 이 해프닝은 시각에 따라 해석이 다를 수 있다. 개신교 일치운동, 더 나아가 종교간 화합운동은 현재의 엘리트 중심에서 벗어나 대중 속으로 깊이 파고들어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 것은 아닐까.

정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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