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콘다 작전의 의미

중남미의 정글에 사는 아나콘다라는 뱀은 큰 놈은 사람 키의 몇배나 된다고 한다. 그 놈들은 강과 늪지대에서 잡은 악어나 재규어(표범)같은 먹이를 그 큰 몸뚱이와 꼬리로 칭칭 감아 서서히 조여 숨이 끊어지면 통째로 삼킨다. 아나콘다에게 잡히면 그것으로 끝이다.

미국이 지난 주말 시작한 아프가니스탄 작전 제2라운드의 이름을 아나콘다라고 지은 것은 이번에야말로 아프가니스탄 동부 파키스탄과의 국경지대에 남아 있는 탈레반과 알 카에다 잔당의 마지막 숨통을 끊겠다는 각오를 반영하는 것이다.

아나콘다 작전이 지난 10월 이래 5개월에 걸친 아프가니스탄 작전과 질적으로 다른 것은 규모는 작아도 미군 정규군 부대와 독일·프랑스·호주·캐나다·덴마크·노르웨이군 전투병들이 참가하고, 조지 부시 정부가 그렇게 피하고 싶었던 미군 전사자가 8명이나 나온 것이다.

이것은 미국이 손에 피를 안 묻히고, 동맹국과 우방의 참여에 따른 성가신 간섭을 받지않고 아프가니스탄을 완전히 평정해 포스트 아프가니스탄의 중앙아시아에서 정치·경제적 영향력을 독점하려던 욕심과 계획이 완전히 실패로 돌아간 것을 의미한다.

아나콘다 작전은 토라보라 작전의 실패에 대한 반성에서 나왔다. 토라보라는 오사마 빈 라덴을 포함한 알 카에다와 탈레반정권 지도자들이 숨어 있는 곳으로 추정됐다. 토라보라 작전이 성공하면 빈 라덴을 죽이거나 잡고 전쟁의 끝을 선언할 수 있다고 믿었다. 작전의 주력은 아프가니스탄 병사들이 맡고 미군 특수부대 요원들은 지휘를 맡았다.

그러나 아프가니스탄 군인들은 도시지역에서 탈레반과 알 카에다를 몰아낼 때는 용감하게 싸웠지만 토라보라 산악전에서는 몸을 사렸다. 앞장서 동굴에 들어가길 주저했다. 심지어 그들은 알 카에다와 탈레반군의 지휘관들로부터 돈을 받고 국경을 넘어 파키스탄으로 탈출하는 것을 도운 것으로 알려졌다.

아프가니스탄 군인들이 알 카에다와 탈레반 간부 한사람을 탈출시키는 데 5천달러 정도를 받았다는 보도가 사실에 가깝다면 아프가니스탄 군인들에게 그것은 상상을 초월하는 큰돈이다. 미국에 그것은 치명적인 전선의 누수현상을 의미했다. 그것으로 빈 라덴이 잡히지 않는 이유와 처음의 기세와 달리 전쟁의 마지막 단계가 장기화하는 이유가 설명된다고 하겠다.

그래서 미국은 생각을 고쳐먹은 것으로 보인다. 6백명 정도의 미군 정규군을 투입하고, 국제연대에 참여한 나라들 부대의 참전을 허용하고,치누크 헬기를 날리고, 고공에서는 사흘간 3백50개의 폭탄을 떨어뜨렸다. 아프가니스탄 전쟁은 마침내 연합군과 함께 싸우는 본격적인 미국의 전쟁으로 성격이 바뀐 것이다.

아나콘다 작전은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끝내는 마지막 절차다. 이 작전의 성공은 20년 넘게 계속된 아프가니스탄 내전과 외세개입에 마침표를 찍고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의 새로운 나라 만들기와 경제의 기반을 닦는 데 절대적으로 필요한 수순이다.

부시의 악의 축 발언은 아프가니스탄과 직접 연결돼 있다. 부시 대통령이 탈레반과 알 카에다에서 받는 인상이 북한·이란·이라크에서 받는 인상과 겹치기 때문에 악의 축 발언은 한반도와 남북관계에도 어두운 그림자를 던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우리는 아프가니스탄 전쟁의 빠른 종식을 바라는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아나콘다 작전의 성공을 바라는 이유도 된다.

역사가 월터 미드는 『특별한 섭리:미국의 외교정책이 어떻게 세계를 바꿨는가』라는 책에서 부시는 미국 독립전쟁의 영웅이요, 제7대 대통령으로 풀뿌리 민주주의의 아버지로 불리는 앤드루 잭슨과 닮았다고 지적한다. 비열한 적은 끝까지 응징하고 패배를 인정하는 적에게는 관대하다는 것이다. 미드는 미국인의 몸 속에 잭슨의 피가 흐르고 제2차 세계대전 후 독일과 일본에 대한 미국의 관대한 정책이 잭슨의 정신을 반영한다고 주장한다.

잭슨을 닮았거나 말거나 부시는 아나콘다 작전으로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끝내야 한다. 그래야 악의 축 발언의 서슬도 약화될 것이다. 부시가 잭슨을 닮아 적에 대한 응징과 관용의 두 얼굴을 가졌다면 아나콘다가 괴력을 발휘해 뒤의 얼굴이 테러와의 전쟁을 좌우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