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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재건서 출발 … 물가·금융 안정에 ‘고군분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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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11일 한국은행 로비에서 열린 창립 60주년 기념식에서 참석자들이 축하 케이크를 자르고 있다. 왼쪽부터 박병석 민주당 의원,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한승수 전 총리, 김중수 한은 총재, 조순 전 경제부총리, 김명호 전 한은 총재. [김경빈 기자]

한국은행이 12일로 창립 60돌을 맞는다. 1945년 광복 직후 중앙은행 역할을 한 곳은 일제 때 설립된 조선은행이었다. 조선은행의 목적은 식민지 수탈과 일본 산업자본의 대륙 침투를 위한 지원이었다. 이런 기능의 조선은행은 광복 이후 극심한 인플레이션을 수습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여기에 식민지 금융체제 청산, 현대적 금융체계 확립을 위해 새로운 중앙은행의 설립이 추진됐다.

이런 배경에서 설립된 한국은행은 1950년 6월 12일 첫 업무를 시작했다. 은행권의 독점적 발행과 통화신용정책의 수립·집행, 은행 감독 및 외국환 업무를 맡으면서 중앙은행의 첫발을 내디뎠다.

◆독립성 제약됐던 초창기=한은 설립 직후 6·25전쟁이 발발하면서 초창기 한은은 전시경제 운용을 뒷받침하는 데 주력했다. 휴전 이후엔 경제 재건을 위한 자금 지원에 중점을 뒀다. 그러다 60년대 들어 커다란 변화를 맞았다. 61년 5·16 이후 정부 주도의 성장정책이 가속화하면서 정부가 사실상 통화신용정책을 주도했다. 한국은행법이 개정돼 한은의 독립성은 크게 제약됐다. 통화신용정책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금융통화위원회의 권한은 축소됐다. 한은 총재 임명제청권도 재무부 장관이 행사했다.

70년대 한은의 최대 고민거리는 국제수지 적자와 물가불안이었다. 당시 오일쇼크와 같은 외부 변수가 우리 경제에 큰 충격을 안겨줬다. 그러다 80년대에는 매년 두 자릿수로 뛰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2~3%대(83~85년)로 낮추는 데 성공했다.

90년대 들어서는 정부와 함께 금융·외환 거래의 자유화와 자본시장 개방을 적극 추진했다. 91~95년에는 3단계에 걸친 금리 자유화를 단행했다. 또 금융회사의 제조업 의무대출비율 제도 폐지와 같은 은행 업무에 대한 규제완화도 본격화했다.

하지만 한은은 ‘재무부 남대문 출장소’라는 불명예를 벗지 못했다. 당시만 해도 금통위 의장을 재무부 장관이 겸임 했다.

◆독립성 확보, 기능 축소=한은의 독립성은 97년 12월 31일 한은법 6차 개정으로 큰 전기를 맞았다. 정부의 간여 범위가 축소됐기 때문이다. 법 개정으로 금통위 의장은 재무부 장관에서 한은 총재로 바뀌었다. 재무부 장관의 업무검사권도 폐지됐다. 정부의 입김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통화신용정책을 펼 수 있는 기틀이 마련된 것이다.

한은 설립 목적도 ‘통화가치의 안정과 은행·신용제도의 건전화’에서 ‘물가안정’으로 바뀌었다. 물가안정목표제도 도입됐다. 대신 한은은 은행감독권을 내놓아야 했다. 은행감독원이 금융감독위원회와 금융감독원으로 이관된 것이다. 이후부터 한은의 기능은 기준금리 조정과 경제현안 분석·전망 등으로 축소됐다.

◆금융안정 역할 확대=2008년 하반기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한은의 역할 확대가 다시 중요 현안으로 떠올랐다. 금융위기 직후 한은은 금융안정 기능을 신속히 수행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물가안정이라는 제한된 목표에 얽매인 탓이 크다. 그러다 한은은 ▶기준금리 인하 ▶국고채 단순 매입 ▶은행자본확충펀드 지원 ▶주요국 중앙은행과 통화스와프 계약 체결 등을 통해 위기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은행감독권이 없는 한은이 금융시스템 안정을 위해 적극적인 대응을 하기 어렵다는 시각이 확산하면서 법 개정 논의가 진행 중이다. 개정안은 한은 설립 목적에 ‘물가안정’ 외에 ‘금융안정’을 추가했다. 이를 위해 한은은 금감원에 금융회사 공동검사를 요구할 수 있고, 금감원이 거부하면 단독 조사도 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일부 국회의원과 금융회사들은 이런 내용으로 한은법이 개정되면 사실상 감독권이 금융감독원과 한은으로 이원화되고, 중복검사에 따른 금융회사들의 부담이 크게 늘어난다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이 개정안은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김중수 한은 총재는 “금융안정을 위해서는 한은에 필요한 정책 수단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글=김종윤 기자
사진=김경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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