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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CEOdml 한식 만들기 (12) NH-CA자산운용 대표 프랑스인 니콜라 소바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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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소바쥬 대표이사가 직접 만든 김치볶음밥과 김치전을 선보이고 있다. [오상민 기자]

대부분의 한국 음식은 요리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손이 많이 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죠. 하지만, 김치 볶음밥과 김치전은 예외입니다. 잘 숙성된 김치와 같은 재료 하나만 있으면 간편하게 만들 수 있을 뿐더러 맛 또한 기가 막히지 않습니까?”

NH-CA자산운용 니콜라 소바쥬 대표(49)는 김치 없이는 못 사는 푸른 눈을 가진 파리 출신의 프랑스인이다. 평소 식사약속이 없을 때마다 그는 한국인 직원들과 함께 여의도 회사 근처의 숨겨진 맛집을 찾아다닌다. 그에게 ‘맛집’ 평가 기준은 김치 맛이라고 한다.

“외국인인 저에게 ‘맛있는 김치’란 한 입 먹었을 때 아삭아삭하고, 고추 양념이 적당해서 너무 맵지 않은 것입니다. 프랑스·이탈리아에서도 마늘을 쓰는 요리가 많기 때문에 어느 정도 은은한 매운 요리에는 익숙하지만요.”

그가 김치를 이용한 김치 볶음밥과 김치전을 처음 맛본 것은 2007년 한국에 부임하기 전인 199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크레디아그리콜자산운용 도쿄사무소장, 홍콩지사 이사를 지내오면서 업무 출장차 한국을 종종 방문했다고 한다. 당시 그는 한국인 친구와 함께 한 한정식집을 찾았는데 반찬으로 나오는 김치전과 전골·찌개 등을 먼저 먹은 뒤 남은 국물에 김치를 넣어 볶아주는 김치 볶음밥의 맛에 순식간에 매료돼버렸다.

소바쥬 대표는 “그때 김치의 독특한 맛을 잊지 못해 일본·홍콩 등에서도 한식당을 자주 가곤 했다”며 “그것만으로 부족해 주말에 집에서 가족과 함께 종종 김치 볶음밥과 김치전 등을 만들어 먹었다”고 말했다. 이번에 한식 만들기에 참가한 것도 김치 볶음밥과 김치전 만드는 방법을 전문가로부터 제대로 배우고 싶어서라고 한다.

먼저 양념을 어느 정도 씻어낸 김치를 먹기 좋은 크기로 써는 것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요리 만들기에 들어갔다. 이어 김치 볶음밥에 들어갈 당근·양파 등 각종 야채를 적당한 크기로 썰고 미리 달궈놓은 프라이팬에 들기름을 두른 뒤 재료를 볶기 시작했다.

고소한 향에 심취된 듯 소바쥬 대표는 옆에서 자신을 도와주던 코엑스 인터컨티넨탈의 오흥민 주방장에게 들기름과 일반 참기름과의 차이가 무엇인지 궁금해 하자 자 오 주방장은 “들기름은 들깨를 볶아서 짜낸 기름이며, 참기름은 참깨를 볶아서 짜낸 기름”이라고 설명했다. 갓 지은 흰 쌀밥을 프라이팬에 넣어 소금으로 간을 한 뒤 다시 볶았다. 요리가 거의 완성되 가자 소바쥬 대표는 “볶음밥 위에는 계란 프라이를 하나 얹어야 제 맛”이라고 말했다 이어 부침가루와 물의 비율을 맞춰 반죽을 만드는 것은 시작으로 김치전 만들기에 들어갔다. 반죽에다 낙지·새우 등 해산물과 김치를 골고루 넣어 섞은 뒤 올리브유 기름을 두른 프라이팬에 종잇장처럼 얇게 펼쳐 동그랗게 부쳐냈다.

요리가 완성되자 소바쥬 대표는 능숙한 젓가락질로 따끈한 김치전을 간장·식초·파·설탕·잣 등을 섞어 만든 특별한 소스에다 찍어 한 입 먹었다. 오 주방장이 접시 위에 모양을 내서 올려놓은 김치 볶음밥도 한 숫갈 맛본 뒤 “한국 음식도 프랑스·이탈리아 음식처럼 로맨틱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고 감탄했다.  

음식을 함께 나누며 소바쥬 대표는 한식세계화에 대해 느꼈던 생각을 털어놨다. “불고기·비빔밥 등은 한국의 대표음식으로 해외에 널리 알려져 있지만 김치 볶음밥과 김치전은 많은 외국인에게 아직 생소한 음식입니다. 더 많은 대중에게 한식을 소개하려면 메뉴의 다양성을 추구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그는 아울러 “정부의 노력과 더불어 한식을 포함한 한국 문화를 해외에 널리 알려야 한다” 고 조언했다.

글=이은주 중앙데일리 기자
사진=오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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