쉿! 교육·의료·법률(1)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쉿!

다음 대통령이 되려는 사람들이 솔깃해질 이야기 하나 -.

누가 대통령이 되든 내년 2월 말에 취임하고 나면 곧 보고받아 결정할 일이 하나 있다.

3월 31일까지 우리 정부가 각 무역상대국에 보내야 하는 '서비스교역 자유화 양허목록'이다.

일단 대통령이 되고 보자는 마당인데, 무슨 하찮고 골치아픈 이야기냐고?

그럼, 이런 이야기는 어떤가.

요즘 이런 저런 자리에서 툭하면 입에 오르는 소리 가운데 하나가 "누가 대통령이 되든 교육·의료만 잘해도 훌륭한 대통령이란 소리를 들을 걸"이다.

또 하나, 힘 세고 목소리 큰 집단의 불법·편법·불투명을 가만두지 못하는 시민사회의 힘이 갈수록 커지면서 "법대로"라는 외침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그리고 새 대통령이 내년 3월 말 전에 보고받을 '서비스교역 자유화 양허목록'에는 바로 교육·의료·법률 분야가 들어 있다.

이쯤 이야기해도 못 알아 듣는다면 그는 대통령 후보로 나설 자격이 없다.

YS가 대통령이 될 때는 이른바 '우루과이 라운드'로 불린 세계 각국의 다자간 무역협상에서 특히 쌀 개방이 큰 이슈였다.

당시 YS는 "내가 대통령이 되면 대통령직을 걸고 쌀 개방을 막겠다"고 치고나갔다가 대통령이 되고 나서는 '그 때는 잘 몰랐다'는 식으로 얼버무리며 큰 곤욕을 치렀다. 대통령의 정치적 입지는 고사하고 이후 농업정책의 근간이 혼란에 빠져든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이번 대선에선 이른바 '뉴 라운드'로 불리는 다자간 무역협상이 진행되고 있음에도 대선 이슈로는 등장하지 않고 있다.

뉴 라운드에서 다루는 분야가 농업이 아닌 서비스업이기 때문이다. 농협·수협은 있어도 '서협'은 없지 않은가.

그러나 뉴 라운드의 대상을 들여다보면 그야말로 나라의 앞날을 좌우할 것들이다.

통신·금융·유통·해운·항공·건설·교육·의료·법률·인력이동·시청각….

요즘 자주 듣는 소리처럼,한국이 앞으로 동북아 물류·금융 중심지로 자리잡고 서비스업으로 승부를 걸기 위해선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는 분야들이다.

세계무역기구(WTO)의 틀 안에서 세계 각국이 합의한 뉴 라운드 일정에 따라 우리도 올해 6월 30일까지 '너희는 이런 것을 열었으면 한다'는 양허 요청안을 각국에 내고, 내년 3월 31일까지는 '우리는 이러 이러한 것을 열려 한다'는 양허목록을 각국에 답해줘야 한다. 이를 토대로 2005년 1월 1일 이전에 협상을 끝마치도록 일정이 잡혀 있다.

새 정부로 치면 출범 1년차가 시작되자마자 바로 양허목록을 내고, 출범 2년차인 2004년에는 벌써 협상을 마쳐야 하며, 출범 3년차인 2005년부터는 어떤 형태·정도로든 나가고 열고 하는 서비스 개방에 들어간다는 것이다.

협상 대상인 모든 분야가 다 중요하지만, 글머리에 다음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들을 거론하며 특히 교육·의료·법률 세 분야를 집어내서 말한 것은, 이 세 분야가 단순히 '산업'만이 아닌 우리 '시스템'과 직결되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교육·의료만 잘해도 훌륭한 대통령이 될 것"에다 "법대로"를 입에 달고 다니는 사람들이 엄청 늘어난다지 않는가.

그렇다면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도, 또 대통령이 일단 되고 나서도 교육·의료·법률 세 분야야말로 큰 '승부처'가 아닌가.

마침 뉴라운드 서비스 개방 협상이 진행되고 있으니, 그렇다면 YS 때의 '쌀'과는 전혀 다른 접근법으로 '교육·의료·법률'을 다룰 수는 없을까.

더 자세한 이야기는 3주 뒤 다음 번 이 글자리에서 이어가기로 하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