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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국가 과제 <7> 잿빛도시 숨통 트자 (上) : 공공차량부터 가스車로 교체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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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최근 세계경제포럼(WEF)은 한국의 거주면적 대비 자동차 수(㎦당 1백10대)가 세계 1백40개국 중 7위라고 밝혔다.

국가 전체로는 일본이 1백88대로 한국을 앞서지만 도쿄(東京)와 서울만 비교하면 상황은 달라진다.

거주면적당 수치는 서울이 4천2백15대로 도쿄의 2.2배나 된다. 더욱이 바다 쪽으로 트여 있는 도쿄는 대기 오염물질이 쉽게 퍼져 나가지만 서울은 지형적으로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 공기가 잘 흩어지지 않는다.

전국 대도시의 오염이 이렇게 심각한 상황인데도 자동차로 인한 대기오염을 줄이려는 정부·자치단체의 노력은 미미하다.

서울시정개발연구원 이창우 박사는 "인구·자동차 면에서 보면 서울시는 환경 용량을 이미 초과했다"며 "오염이 심한 자동차는 아예 도심에 못들어오게 하는 등 확실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전문가들은 "수질·쓰레기 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의 가닥을 잡았지만 대기 문제는 사실상 방치돼 왔다"며 "최소한 매년 2천억원씩 10년간 모두 2조원을 대기오염을 막는 데 투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간검사 강화=올 하반기부터 자동차 대기오염을 줄이기 위한 중간 정밀검사 제도가 실시된다.

1~2년마다 주로 안전점검 위주로 하는 정기검사를 보완하기 위해 도입된 조치다. 하지만 시행 전부터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안에 따르면 중간검사의 우선 대상은 13년 이상 된 승용차다. 이는 전체의 2%도 안되는 폐차 직전의 차량이다. 전체 차량의 50~60% 정도가 검사 대상이 되려면 등록한 지 6년째부터는 중간검사를 받도록 해야 한다.

배출가스 정밀검사에서 불합격한 노후 차량의 경우 조기 '퇴출'을 유도해야 한다. 정비·개선 비용이 차량 가격을 초과했을 경우 새 차 구입비의 일부를 정부에서 지원한다. 또 등록세 면제 등 세제 혜택을 주는 방안을 검토할 만하다.

폐차 인센티브를 주었는데도 운행을 계속하는 매연 차는 도심 출입을 금지하거나 도심에 들어올 때 대기오염유발 통행세를 물리는 등 강도 높게 제재해야 한다.

◇공공차량 모두 천연가스버스로=환경부는 2007년까지 전국에 2만대의 천연가스(CNG)시내버스를 보급할 계획이다. 이를 과감히 확대해야 한다.

대우자동차 기술연구소 한상명 박사는 "범정부 차원에서 가스충전소 등 관련 인프라를 구축하고, 시내버스는 물론 모든 공공기관의 대형버스까지 천연가스 차량으로 교체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매일 거리를 누비는 자치단체 청소차는 우선적으로 저공해 차량으로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자동차업체는 저공해 엔진·전지 등 관련 기술을 개발·보급하는데 앞장서야 한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 강철구 환경기술팀장은 "정부는 개인·회사가 기름·전기를 함께 사용하는 하이브리드 자동차나 연료전지 차량을 개발할 때 연구비를 보조하는 방식 등으로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나서서 매연여과장치 구입=유럽 국가들은 2005년부터 경유차 배출가스의 규제 기준을 대폭 강화할 예정이다.

차량 엔진을 개선하는 것만으로는 이 기준을 맞추기 어렵다. 차량 배기구에 별도로 매연을 걸러내는 장치를 부착해야만 한다. 이에 따라 업계는 앞다퉈 관련 장치 개발에 나서고 있다.

매연여과장치는 새로 제작·시판할 차량뿐 아니라 기존의 경유차에도 적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우리 정부도 올해 초부터 관련 업체의 기술현황을 파악하기 시작했다.

자동차부품연구원 김병수 박사는 "매연여과장치는 엔진을 통째로 바꿔야 하는 CNG차량에 비해 적은 비용으로 비슷한 효과를 거둘 수 있다"며 "우수 제품이 개발되면 정부나 자치단체가 이를 우선 구입해 보급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도권 대기오염 특별법 제정=지방자치단체가 스스로 자동차 배출허용 기준을 정해 엄격하게 단속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수도권 지역 등에서는 인접 자치단체와 함께 공동 대체할 수 있는 체제가 구축돼야 한다.이를 위해 수도권 대기오염 특별법의 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서울시 장흥숙 대기관리과장은 "다른 지역에 비해 대기오염 문제가 심각한 수도권을 전국적인 잣대로 관리하기 어렵다"며 "능력이 갖춰진 자치단체에 대해서는 자체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관계 법령을 제정·정비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강찬수·김창우·홍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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