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청업체서 명품기지로 本社도 놀란 한국發 히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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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4면

"우리 손으로 만들어 세계 명품으로 키운다."

국내에 들어와 있는 외국기업들이 한국 공장에서 세계 시장을 석권하는 히트 상품을 잇따라 탄생시키고 있다. 글로벌 본사도 그동안 한국 공장을 단순한 하청기지로 생각했으나, 이제는 제품 생산 뿐만 아니라 연구·개발(R&D)기지로 발전시키려 하고 있다. 대우자동차를 인수하려는 GM도 한국을 연구개발 기지로 삼을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국 생산기지를 이처럼 글로벌 프로덕션의 중심으로 변신시키는 데는 주한 외국기업 R&D팀의 노력과 땀이 스며 있다. 주한 외국 기업이 개발한 제품들은 국내는 물론 세계 시장에서도 각광받으면서 글로벌 본사의 주력 히트 상품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세계 히트상품을 만든 한국P&G, 볼보건설기계코리아, 한국3M, 한국피자헛의 R&D팀 주역들을 만나본다.

표재용 기자

2000년 11월 피자 가장자리에 치즈 가루를 뿌린 '치즈 크러스트 피자골드'를 개발한 피자헛 신제품 개발팀 선대호 과장은 요즘 뿌듯한 마음을 감출 수 없다.

출시 3개월 만에 피자헛 전체 매출의 30% 정도를 차지할 만큼 국내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은 것은 물론 해외로 수출한 기술과 제조법으로 만든 이 제품이 다른 나라 피자헛 지사에서도 주력 상품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선과장은 "퇴근도 잊고 피자 위에 치즈를 얹어도 보고 뿌려도 보고 심지어 날려도 보는 등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실험을 다 해봤다"고 말했다.

특히 모양과 맛을 동시에 충족할 수 있는 치즈 재료를 찾는 작업도 만만치 않았다. 가장 궁합이 맞는 체다 치즈를 찾아내는데 꼬박 1년이 걸렸다.

노력과 땀은 결실을 맺었다. 국내 시장의 성공적 안착이 알려지면서 필리핀·태국·인도네시아·멕시코에서는 한국 피자헛측에 제품 개발과 마케팅 전략을 알려달라고 연락이 왔다. 이 제품은 해외에서도 인기 피자로 자리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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