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 결과 발표한 박수원 감사원 제2사무차장.
그런 가운데 26일 밤 9시22분 천안함이 두 동강 났다. 침몰하는 천안함에선 “어뢰 피격으로 판단된다”고 2함대사령부에 보고했다. 해군 작전사령부에서도 ‘폭발음 청취’ 등 외부 공격 가능성을 합참에 보고했다. 그러나 2함대사령부는 ‘어뢰 피격’ 내용을 합참 등 상급기관에 제대로 보고하지 않았다. 김태영 장관에게도 ‘폭발음 청취’ 내용이 삭제된 보고가 올라갔다. 초기 대응의 혼선은 이렇게 시작됐다는 게 10일 발표된 감사원 감사 결과다.
이상의 합참의장이 10일 국방부 연병장에서 열린 태국 국방총사령관 의전행사에 참석해 고개를 숙이고 있다. 이에 앞서 감사원은 천안함 사건의 부적절한 대응과 관련해 합참의장의 징계를 요구했다. [연합뉴스]
이상의 합참의장은 사건 발생 49분 이후에, 김태영 장관은 52분 후에야 보고를 받았다. 합참은 긴급상황을 전파해야 하는 유관기관 중 상당수에 아예 상황을 알리지 않았다. 국방부는 위기관리반을 소집하지 않았으면서도 소집한 것처럼 장관에게 보고했다. 비상 전투대응 태세도 이행되지 않았다. 특히 안보회의에 들어간 장관을 대신해 지휘통제실을 지켜야 할 이 의장은 4시간가량 자리를 비우고 자신의 집무실에 머물렀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 의장이 당시 술에 취했었다는 설에 대해 감사원 관계자는 "이 의장이 술을 어느 정도 마신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지휘에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었다는 게 사건 직후 이 의장을 만났던 김 장관의 얘기”라고 밝혔다. 박시종 감사원 행정안보감사국장은 “이 의장의 문책 사유는 지휘 책임과 개인 잘못이 둘 다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이후에도 부적절한 대응은 계속됐다. 국방부와 합참은 사건 발생 나흘 뒤 천안함 침몰 장면이 담긴 열상감시장비(TOD) 동영상을 공개하면서 최초 10분 분량을 빠뜨렸다. “기존에 발표한 사건 발생시간을 유지하려고 그런 것 같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피격 순간의 TOD 동영상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침몰 다음 날 사건 발생 시각을 알게 해주는 지진파 자료를 받고도 이를 반영해 적극적으로 수정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
군사기밀 유출도 무분별하게 이뤄졌다. 보안조치 소홀로 군사기밀인 합참의 합동지휘통제체계(KJCCS) 자료가 외부로 나갔다. 보도자료를 배포하면서 보안성 검토를 소홀히 해 주요 무기 배치 현황 등의 군사기밀이 유출됐다. 감사원은 감사 결과를 발표하며 우리 군의 무기체계나 군사작전지침 등 군사기밀에 해당할 수 있는 내용을 일절 공개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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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원 감사원 제2사무차장은 “이번 감사로 우리 군의 전투준비태세와 상황보고, 위기대응조치, 군사기밀 관리 등의 문제가 드러났다”며 “이에 대한 개선 방안을 마련해 국방부 등에 통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강주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