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함대, 천안함 “어뢰 피격” 보고받고도 합참에 안 알렸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2면

감사 결과 발표한 박수원 감사원 제2사무차장.

지난해 11월 대청해전 이후 실시된 합동참모본부(합참)·해군 작전사령부의 전술 토의에선 “북한이 기존 침투 방식과 달리 잠수함(정)을 이용, 서북 해역에서 우리 함정을 은밀하게 공격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왔다. 지난 3월 26일 천안함이 북한 잠수함의 어뢰 공격으로 침몰하기 2~3일 전 해군 2함대사령부에는 ‘북한 잠수정 관련 정보’가 전달됐다. 북한 잠수정의 동향이 수상하다는 내용이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2함대사령부는 잠수함 대응 능력이 떨어지는 천안함을 백령도 근해에 배치했고, 잠수함 대응 능력 강화 등의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그런 가운데 26일 밤 9시22분 천안함이 두 동강 났다. 침몰하는 천안함에선 “어뢰 피격으로 판단된다”고 2함대사령부에 보고했다. 해군 작전사령부에서도 ‘폭발음 청취’ 등 외부 공격 가능성을 합참에 보고했다. 그러나 2함대사령부는 ‘어뢰 피격’ 내용을 합참 등 상급기관에 제대로 보고하지 않았다. 김태영 장관에게도 ‘폭발음 청취’ 내용이 삭제된 보고가 올라갔다. 초기 대응의 혼선은 이렇게 시작됐다는 게 10일 발표된 감사원 감사 결과다.

이상의 합참의장이 10일 국방부 연병장에서 열린 태국 국방총사령관 의전행사에 참석해 고개를 숙이고 있다. 이에 앞서 감사원은 천안함 사건의 부적절한 대응과 관련해 합참의장의 징계를 요구했다. [연합뉴스]

사건 직후 해당 해역으로 기동하던 속초함은 밤 10시55분쯤 9.7㎞ 거리에 ‘미식별 물체’가 있는 것을 사격통제 레이더로 포착했다. 경고사격을 거쳐 밤 11시1분부터 격파사격을 실시하며 추격을 계속했다. 속초함은 표적이 사라진 뒤 27일 0시26분 2함대사령부에 “북한 반잠수정으로 판단된다”고 보고했다. 그러나 2함대사령부는 표적물을 ‘새 떼’로 바꿀 것을 지시했고, 속초함은 27일 오전 2시25분 수정된 내용으로 상부에 보고했다. “최초 상황 보고를 중간부대에서 추정·가감하는 것을 금지한 보고지침에 위배된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이상의 합참의장은 사건 발생 49분 이후에, 김태영 장관은 52분 후에야 보고를 받았다. 합참은 긴급상황을 전파해야 하는 유관기관 중 상당수에 아예 상황을 알리지 않았다. 국방부는 위기관리반을 소집하지 않았으면서도 소집한 것처럼 장관에게 보고했다. 비상 전투대응 태세도 이행되지 않았다. 특히 안보회의에 들어간 장관을 대신해 지휘통제실을 지켜야 할 이 의장은 4시간가량 자리를 비우고 자신의 집무실에 머물렀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 의장이 당시 술에 취했었다는 설에 대해 감사원 관계자는 "이 의장이 술을 어느 정도 마신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지휘에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었다는 게 사건 직후 이 의장을 만났던 김 장관의 얘기”라고 밝혔다. 박시종 감사원 행정안보감사국장은 “이 의장의 문책 사유는 지휘 책임과 개인 잘못이 둘 다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이후에도 부적절한 대응은 계속됐다. 국방부와 합참은 사건 발생 나흘 뒤 천안함 침몰 장면이 담긴 열상감시장비(TOD) 동영상을 공개하면서 최초 10분 분량을 빠뜨렸다. “기존에 발표한 사건 발생시간을 유지하려고 그런 것 같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피격 순간의 TOD 동영상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침몰 다음 날 사건 발생 시각을 알게 해주는 지진파 자료를 받고도 이를 반영해 적극적으로 수정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

군사기밀 유출도 무분별하게 이뤄졌다. 보안조치 소홀로 군사기밀인 합참의 합동지휘통제체계(KJCCS) 자료가 외부로 나갔다. 보도자료를 배포하면서 보안성 검토를 소홀히 해 주요 무기 배치 현황 등의 군사기밀이 유출됐다. 감사원은 감사 결과를 발표하며 우리 군의 무기체계나 군사작전지침 등 군사기밀에 해당할 수 있는 내용을 일절 공개하지 않았다.

<그래픽을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박수원 감사원 제2사무차장은 “이번 감사로 우리 군의 전투준비태세와 상황보고, 위기대응조치, 군사기밀 관리 등의 문제가 드러났다”며 “이에 대한 개선 방안을 마련해 국방부 등에 통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강주안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