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일반교통방해죄 “내 땅을 맘대로 못한다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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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안재홍 변호사

사람들이 다니고 있는 길을 소유권자가 어떠한 이유로 막거나 담장을 설치해서 사람이나 차 등의 통행을 방해하면 어떻게 될까요? 소유권자는 “내 땅인데 무슨 상관이야”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현실에선 큰 코를 다칠 수가 있습니다. 형법 제185조의 일반교통방해죄가 성립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물론 업무방해죄도 문제가 됩니다.)

형법 제185조(일반교통방해)는 육로 등을 손괴 또는 불통하게 하거나 기타 방법으로 교통을 방해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육로란 ‘사실상 일반 공중의 왕래에 공용되는 육상의 통로’라고 정의할 수 있습니다. 그 육로의 소유자가 누구든 그곳을 통행하는 사람이 많든 적든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도로법에서 말하는 도로인가 아닌가를 가리지도 않습니다. 즉 일반교통방해죄가 성립할 수 있는 육로란 공중의 왕래에 공용된 장소, 다시 말하면 특정인에 한하지 않고 불특정다수인이나 차마(車馬)가 자유롭게 통행할 수 있는 공공성을 지닌 장소를 말한다고 합니다.

다음은 일반교통방해죄의 육로라는 요건을 인정한 판례입니다.

도로가 농가의 영농을 위한 경운기나 리어카 등의 통행을 위한 농로로 개설됐더라도 사실상 일반 공중의 왕래에 사용되는 도로, 주민들에 의해 공로로 통하는 유일한 통행로로 오랫동안 이용돼 온 폭 2m의 골목길, 소유자의 가옥 앞에 소재한 폭이 약 3.6m 인 도로로서 10년간 다른 회사의 폐기물 운반차량이 통행한 도로 등의 경우 육로로 인정돼 위 죄가 성립했습니다.

다음은 판례가 육로를 인정하지 않은 경우입니다.

단순히 개인이 사용하면서 고소인 또는 이웃 사람들의 통행을 부수적으로 묵인한데 불과한 길, 토지의 소유자가 자신의 토지 한쪽 부분을 일시 공터로 두었을 때 인근 주민들이 위 토지의 동서쪽에 있는 도로에 이르는 지름길로 일시 이용한 적이 있었던 길, 토지상에 정당한 도로개설이 되기 전까지 소유자가 농작물경작지로서 이용하려고 하였고 부근 주민들은 큰 도로로 나가는 간편한 통로로 이용하려고 해 분쟁이 계속된 길, 개인의 주택 내의 통로 같은 길 등의 경우 육로가 인정되지 않아 죄가 성립하지 않았습니다.

몇 개의 사례를 보여드렸지만 상황은 더욱 다양합니다. 사실관계를 정확히 파악하고 판례의 태도를 분석해야만 결론을 찾을 수 있을 정도로 법률가들도 판단하기 쉽지 않은 사안입니다. 제일 중요한 것은 여러분 땅 위의 길을 사람들이 자유롭게 통행하는 것을 장기간 허용하면 안 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대부분의 시골길을 포함해서 이러한 길이 무수히 많습니다. 혹시나 여러분의 땅을 통행하는 사람들과 분쟁이나 다른 개인적인 이유로 해서 길을 갑자기 막아버리거나 무엇을 설치하거나 하면 안 됩니다. 통행하는 사람들과 협의할 수 있으면 하고, 안되면 통행하는 사람들한테 지료라도 받아야 합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운 것이 사실이죠.

안재홍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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