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는 매력있는 나라 … 잠재력 무궁무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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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생은 했지만 기회가 되면 다시 이라크에 돌아가고 싶습니다." 지난해 12월 4일 바그다드에 부임해 1년간 근무를 마치고 10일 귀국길에 오른 임홍재(54.사진) 이라크 대사의 바람이다. 이라크를 떠나기 직전에 털어놓은 감회는 아쉬움이었다.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무장단체에 피랍.살해된 김선일씨 뉴스를 처음 접했을 때다. 대사관 내 정원 구석에 앉아 한참 울었다. 매일 들리는 총성과 폭발음은 견딜 수 있지만 한국인의 피해소식이 들리면 주저앉을 수밖에 없다."

-위험할 때도 있었을 텐데.

"이달 초 자이툰 부대를 방문하기 위해 공항에 갔다가 항공편이 취소돼 돌아오는 길이었다. 갑자기 검문이 실시됐다. 앞에 10여대의 차량이 서있었지만 외교 차량이라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몇 분 뒤 검문 장소에서 대규모 폭발음이 들렸다. 대기하던 차량 중 한 대가 자살폭탄 차량이었다. 아찔했다. 어디서 터질지 모르는 폭탄에 대한 심적 부담감이 너무 크다."

-이라크에 대해 어떤 인상을 갖고 떠나는가.

"매력있는 나라다. 경제 발전의 잠재력이 무궁무진하다. 또한 따스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다. 오늘 현지 직원들이 손수 집에서 음식을 준비해 와 환송파티를 열어줬다. 그들의 눈빛을 보며 가슴이 찡했다."

-관저도 구하지 못하고 대사관에서 합숙해 왔다고 들었는데.

"직원들과 함께 대사관에서 살았다. 세 평짜리 방에서 근무하고 자야 하는 생활이었다."

-떠나는 심정은.

"치안이 불안한 탓에 하고 싶었던 일을 다 못해 섭섭한 마음이 든다. 이곳에서 수년간 근무하기 위해 이삿짐도 가져왔는데 풀어보지도 못하고 다시 서울로 가야 해 서글프기까지 했다. 치안이 안정되고 기회가 주어지면 다시 와서 근무하고 싶다."

카이로=서정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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