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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택시"부르면 온다더니…"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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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지난 22일 밤 11시30분쯤 서울 종로에서 회사 동료들과 회식을 마친 安모(35·강서구 방화동)씨는 30분 이상 '브랜드 택시'를 기다리다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다.

심야 귀가길 승차전쟁에 시달려온 터라 '언제, 어디서나 부르면 달려온다'는 구호를 내걸고 지난 16일 출범한 브랜드 택시에 잔뜩 기대를 걸었지만 역시 이용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安씨는 "콜번호가 계속 통화 중이거나 '빈차가 없어 이용할 수 없다'는 말만 들었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택시의 개념을 '잡는 택시'에서 '불러타는 택시'로 바꾸기 위해 브랜드 택시 6천6백대를 도입했으나 서비스 수준이 당초 기대에 못미치고 있다.

콜 수요가 많은 심야에는 일반택시와 기존 콜택시처럼 손님 골라 태우기와 승차거부가 여전하고, 특히 황금시간대인 밤 10시부터 자정까지는 아예 전화가 연결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밤마다 택시잡기 전쟁이 벌어지기 일쑤인 신촌 로터리와 강남 일대는 브랜드 택시 부르기가 더욱 힘들다. 23일 오전 0시10분쯤 신촌에서 만난 具모(38·인천시 부평구)씨는 "콜비 1천원을 추가 부담하더라도 편하게 귀가할 생각에 브랜드 택시를 불렀지만 '차가 없다'는 메시지만 휴대폰에 찍히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는 콜 수요에 비해 브랜드 택시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법인택시인 '친절콜택시'(전화:1588-3382)3천6백대와 개인택시 'KT파워텔'(1588-0082) 3천대 가운데 하루 운행하는 택시는 5천6백대(개인택시 부제 1천대 제외)정도다.

KT파워텔의 경우 하루 평균 3천콜 가운데 60~70%, 친절콜택시는 1천콜 중 50% 이상 심야시간대에 걸려오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그러나 심야시간대 빈차율은 20%대로 떨어져 실제 이용 가능한 택시는 1천여대에 불과하다.

시는 콜에 응하지 않거나 합승·승차거부를 하다 적발되는 기사에게는 30만원의 과징금을 물리기로 했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 손님이 타고 있는지, 현재 위치가 어디인지 체크할 수 있는 위치확인시스템(GPS)이 2천대에는 설치돼 있지 않은데다 황금시간대에는 강제배차도 할 수 없는 실정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월드컵 전에 5천대를 더 늘리고 GPS시스템을 모든 브랜드 택시에 설치해 문제점을 보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양영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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