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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호 기자의 e-스토리] 갤럭시S, 아이폰4와 공개 날짜 맞춘 까닭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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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애플과 삼성전자가 차세대 멀티미디어의 결정체인 스마트폰 전략모델을 각각 내놓은 것은 8일 한 날이었다. 삼성은 왜 ‘갤럭시S’의 국내 공개 행사를 애플의 ‘아이폰4’ 발표일에 맞췄을까. 그 속사정은 이렇다. 중앙일보는 지난 4월 갤럭시S 체험기(본지 4월 16일자 E2면) 기사를 처음으로 보도했다. 기사가 나오자 삼성 내부에선 향후 광고홍보 전략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갤럭시S의 출시 스케줄과 구체적인 사양이 널리 알려지면 아이폰에 대항해 광고물량을 쏟아붓던 주력 모델 ‘옴니아2’는 물론 조만간 출시할 ‘갤럭시A’의 마케팅에 차질을 줄 수 있어서다. 회사 내 일각에선 “마케팅의 기본을 잊었느냐”며 갤럭시S의 홍보를 자제할 것을 주장했다.

하지만 삼성 경영진은 갤럭시S의 홍보를 공세적으로 전환하자는 결단을 내렸다. 아이폰이 지난해 11월 말 국내에 상륙한 뒤 기세를 떨쳤지만 기운이 서서히 꺼질 것이라는 예상이 빗나간 때문이다. 게다가 애플의 태블릿PC인 ‘아이패드’의 추가 공세까지 이어지자 스마트폰 전략을 공격적으로 바꾼 것이다. 갤럭시S는 지난 3월 미국 이동통신전시회(CTIA)에서 깜짝 공개할 때만 해도 하반기에나 나올 분위기였다. 이런 일정을 6월 중순 전 세계 100여 개국 동시 출시로 바꿨다. 지난달부터 일본·싱가포르 등에서 잇따라 발표회를 열며 세몰이에 나섰다. 일본에선 1위 이동통신사 NTT도코모를 앞세우는 등 각국 110여 선두 통신회사들과의 연대를 과시했다. 다국적기업의 아시아 본사가 밀집한 싱가포르에선 글로벌 업계와 소비자의 반응을 탐색했다.

이런 공격적인 전략의 화룡점정(畵龍點睛)이 국내 공개행사였다. 행사 날짜를 아이폰4 발표일에 맞추고, 구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의 발명자까지 동원하면서 적어도 안방의 스마트폰 시장만큼은 내줄 수 없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다. 그 전략은 일단 눈길을 끄는 데 성공했다. 세계 정보기술(IT) 업계와 ‘얼리 어답터(early adopter)’ 소비자들의 시선은 8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와 한국 서울에 쏠렸다.

특히 두 회사는 고수답게 서로의 특장점을 인정하고, 이를 고스란히 흡수한 수퍼 스마트폰으로 화제를 모았다. 삼성의 하드웨어(HW) 기술을 총동원한 갤럭시S는 구글과 110여 해외 이동통신 회사와 연대해 ‘수퍼 앱스토어’로 무장하는 등 소프트웨어(SW) 경쟁력을 보강했다. 애플은 세계에서 가장 얇은 9.3㎜ 두께의 아이폰4를 내놓아 HW에서도 일류임을 알렸다.

익명을 원한 삼성전자 관계자는 “2007년에 나온 아이폰에 비하면 갤럭시S는 걸음마를 뗀 무명”이라며 “쇼트트랙(HW) 선수가 갑작스레 바뀐 경기장(스마트폰 시장)에서 피겨(SW)로 승부해야 하는 상황이 힘겨운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갤럭시S는 아이폰과 한번 해볼 만한 첫 스마트폰”이라는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이원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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