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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잃은 아들에 '빛' 돼준 어머니 4시간 통학길 늘 함께 아들 단국대 졸업시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9면

"4년간 등하교길을 함께 해주신 어머님께 졸업의 영광을 드립니다."

22일 학사모를 쓴 단국대 특수교육과 이승권(30)씨는 울먹이며 어머니 주영숙(58·사진)씨를 감싸안았다. 열세살 때 시력을 완전히 잃은 李씨에게 어머니는 제2의 삶을 살아갈 수 있게 해준 은인이다.

서울맹학교를 졸업하고 6년간 안마사 생활을 하던 그에게 대학에 들어가도록 용기를 준 것도 어머니였다.

어머니 朱씨는 李씨가 대학에 합격한 뒤에는 경기도 하남시 집에서 서울 한남동의 학교까지 마을버스·버스·지하철을 차례로 갈아타는 두시간 남짓한 통학길을 함께 하며 '눈'이 돼주었다. 1주일에 네번, 왕복 네시간이 넘게 걸리는 먼 길을 한번도 거른 적이 없었다.

李씨는 이날 주 전공인 특수교육학에다 부전공으로 공부한 역사학을 더해 2개의 졸업장을 받았다.

朱씨는 아들만큼이나 벅찬 마음으로 졸업장을 만지며 "눈·비가 오거나 감기라도 앓을 때는 조금 힘들기도 했지만 어려운 여건 속에 학업을 마친 아들이 자랑스럽다"고 대견해했다.

이승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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