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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올로기에서 휴머니즘으로 격상 … 6·25 드라마의 변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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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발발 60년을 맞아 다시 쓰는 6·25 전쟁은 어떤 모습일까. 한동안 자취를 감췄던 전쟁드라마가 6월 안방극장을 공습한다. KBS1 TV는 1970~80년대 인기드라마 ‘전우’를 리메이크해 19일 밤 9시40분 첫 방영한다. MBC는 소지섭·김하늘·윤계상 주연의 수목드라마 ‘로드넘버원’을 23일부터 방영한다. 각각 20부작에 80억원(전우), 130억원(로드넘버원)씩 들인 블록버스터물이다.

20부작 6·25 드라마 ‘전우’에서 국군 분대장을 맡은 최수종(왼쪽). 제작진은 전쟁의 참상보다 평화의 메시지에 방점을 찍겠다고 말했다. [KBS 제공]

◆적이 아닌 ‘나’의 고뇌에 포커스=가장 달라진 점은 적이 아닌 ‘나’의 혼란과 고뇌에 치중한다는 것. 단선적인 선악 구도 속에서 인민군을 패퇴시키는 전쟁 영웅담에 주력했던 20세기와 비교된다. 9일 제작발표회를 연 ‘전우’의 김형일 KBS CP는 “아군 병사들이 전투를 통해 하나로 태어나는 연대감에 주력한다”며 “쫓기고 후퇴하고 굶어죽는 전쟁의 비극성을 남김 없이 담아낼 것”이라고 말했다.

1대(1975~77) 라시찬이 주인공을 맡아 인기를 끌었던 분대장 이현중 중사는 최수종이 연기한다. 국군 사단장 역을 맡은 이덕화는 “어떻게 살 것인가만 말하는 시대에, 무엇을 위해 어떻게 죽을 것인가를 말해주는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반공드라마의 시효가 다한 사회 분위기 속에서 이데올로기물로 분류되는 걸 꺼리는 것은 ‘로드넘버원’ 쪽이 더하다. 제작사 ‘로고스 필름’의 유홍구 프로듀서는 “전쟁 속 세 남녀의 비극적 사랑이 초점”이라며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처럼 보편적 휴머니즘을 통해 세계시장 진출을 노린다”고 강조했다.

◆블록버스터 촬영 경합=대규모 제작비가 소요되는 전쟁물은 첨단 촬영기술의 향연이기도 하다. ‘전우’는 ‘추노’를 통해 널리 알려진 초고속 레드원 카메라를 사용해 영화 같은 영상미를 강조한다. 12일 연기자 촬영을 크랭크업하는 ‘로드넘버원’은 컴퓨터그래픽(CG) 후반작업을 통해 100% 사전제작의 진면목을 과시할 계획이다. 각각 영화계의 실력파 무술감독 박주천(‘전우’)·김민수(‘로드넘버원’)씨를 영입해 국내 드라마에서 볼 수 없던 스케일과 액션을 자신한다.

남북간 해빙무드가 영화 ‘JSA’ 등을 통해 반영됐던 것과 달리 안방극장은 그간 이에 대해 별다른 조명이 없었다. 블록버스터 전쟁물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시하는 상황에서 천안함 사건이 터진 것은 시청자의 관심을 자극할 수도, 방향성에 갑론을박하게 할 수도 있다. TV평론가 정덕현씨는 “진부한 이념의 국책성 드라마에 그치느냐, 생과 사를 넘나드는 보편적 인간애를 그려내느냐가 21세기형 전쟁드라마를 가늠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혜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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