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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성용이 살아났다, 허 감독이 웃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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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기성용(21·셀틱)이 살아났다.

기성용(왼쪽)과 이정수가 술래잡기 훈련으로 몸을 풀고 있다. 기성용은 소속팀인 스코틀랜드 셀틱 홈페이 지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이 8강 진출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루스텐버그=이호형 기자]

허정무팀의 ‘판타스틱 4’로 불리는 ‘양박쌍용’(박지성·박주영·기성용·이청용) 중에서 유독 컨디션이 좋지 않았던 기성용이 그리스전을 앞두고 완연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김정우(광주)와 함께 한국의 중원을 책임져야 하는 기성용의 회복에 허정무 감독도 흐뭇한 표정을 짓고 있다.

기성용은 탁월한 볼 센스와 패스, 중거리슛 능력을 갖춘 한국 축구의 미래였다. 특히 그라운드를 가르며 날아가는 롱 패스는 ‘기택배’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정확하고 날카로웠다. 하지만 올해 1월 스코틀랜드 명문 셀틱에 입단한 뒤 줄곧 벤치를 지키면서 경기 감각이 크게 떨어졌다. 일본전(5월 24일), 벨라루스전(5월 30일)에서도 부진이 이어졌다. 스페인전(6월 4일)에서야 조금씩 컨디션이 돌아오고 있음을 보여줬다.

현재 기성용은 최고의 킥 감각을 유지하고 있다. 세트피스 훈련에서 오른발 코너킥은 기성용이 전담한다. 프리킥의 경우 가까운 거리는 박주영, 먼 거리는 기성용이 맡는다. 코너킥과 측면 프리킥은 기성용의 날카롭게 휘어져 들어가는 킥을 박주영과 이정수가 헤딩으로 연결하는 패턴의 성공률이 높다.

8일 체력훈련을 겸한 미니게임에서는 멋진 장면이 나왔다. 상대 골키퍼 정성룡이 달려들자 김정우가 뒤도 돌아보지 않고 힐 패스를 했는데 그 자리에 기성용이 노마크 상태로 서 있다가 골을 넣은 것이다. 중앙 미드필더 듀오 김정우와 기성용의 찰떡 호흡에 허 감독과 주변의 동료들도 박수를 보냈다.

기성용의 표정도 밝아졌다. FC 서울에서 한솥밥을 먹은 막내 이승렬(21)과는 장난도 잘 친다. 7일 훈련이 끝난 뒤 고개를 숙여 축구화 끈을 풀고 있는 기성용을 이승렬이 툭 밀었다. 균형을 잃고 고꾸라진 기성용은 벌떡 일어나 이승렬을 잡으러 뛰어다녔다.

기성용은 “월드컵이라고 해서 특별히 떨리는 건 없다. 긴장은 되지만 좋은 경기를 할 것 같아 설렌다. 프리킥 연습도 많이 해 벼락치기가 아니라 그동안 연습해온 것을 보여주겠다”고 당당히 출사표를 던졌다.

그리스전에 대해서는 “상대는 키가 크지만 빠르지 않다. 수비 뒷공간을 활용하면 기회가 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셀틱에서 함께 뛰고 있는 그리스 공격수 사마라스에 대해 묻자 “팀에서 친하게 지냈는데 사마라스가 한국전을 앞두고 냉정하게 말한 인터뷰 기사를 봤다. 적으로 만나는 만큼 특별히 경계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마라스는 3일 인터뷰에서 “이제 (우리는) 적이다. 덕담을 기대하지 말라”고 기성용을 겨냥했다.

글=루스텐버그=이정찬 기자
사진=루스텐버그=이호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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