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제3, 제4 조두순 사건이 나게 내버려둘 텐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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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도대체 이 나라 어른들은 무얼 하고 있나. 벌건 대낮에 학교로 공부하러 간 아이가 납치돼 성폭행당하고 장애를 입는 끔찍한 일이 또다시 벌어지다니. 7일 벌어진 사건은 지난해 조두순 사건의 판박이라는 점에서 그 충격이 더 크다. 성폭행 전과가 있는 범인이 술에 취해 불과 여덟 살짜리 초등학생에게 짐승 같은 짓을 저질렀다. 지난번엔 등굣길에, 이번엔 학교 복도에서 끌려갔다. “제발 저 같은 아이가 다시 나오지 않게 해 달라”던 조두순 사건 피해 아동의 간절한 바람을 우리 사회는 저버리고 말았다. 한 아이의 눈물이 채 마르기도 전에 또 다른 아이를 형언할 수 없는 고통 속에 빠뜨리고 말았다.

두 어린이뿐이 아니다. 지난 한 해 동안 12세 이하 1017명, 13~15세 1447명의 어린이가 성폭행을 당했다. 이같이 무고(無辜)한 아이들의 희생이 수없이 이어지고야 정부와 국회는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섰다. 전자발찌 부착 기간과 대상을 확대하고, 미성년자 대상 성범죄는 피해자가 성년이 될 때까지 공소시효를 정지하며, 흉악범죄의 유기징역 상한을 늘리는 등 관련 법안이 줄줄이 통과된 게 3월 말의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똑같은 범행이 재발됐으니 참으로 안타깝다. 결국 그러한 조치만으론 근원적 해법이 되지 못한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이다. 성범죄, 특히 아동 대상 성범죄를 저지르는 범인들은 교화(敎化)나 치료가 거의 불가능하다. 이들이 교도소 문을 나서는 순간 잠재적 피해자가 또 생긴다고 봐야 한다.

각국에서 성범죄자를 사회에서 영구 격리하는 조치를 도입한 이유다. 출소하는 아동 성범죄자에게 조금이라도 재범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치료시설에 계속 수용토록 한 프랑스의 ‘에브라르법’이 대표적이다. 제3, 제4의 조두순 사건이 발생하지 않게 하려면 우리도 특단의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이와 함께 우선적으론 학교 주변에 대한 안전조치를 대폭 강화할 필요가 있다. 성범죄자들이 범죄 대상을 찾아 학교 주변을 어슬렁거리는 실태가 다시금 드러난 만큼 폐쇄회로TV(CCTV)는 물론 순찰 인력의 확충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