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몰래고사'기승 조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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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정부의 사설 모의고사 금지 방침에도 불구하고 일선 고교에서의 모의고사 열풍이 올해에 더욱 극심해질 조짐이다.

사설 모의고사 기관들은 이달 초부터 전국 고교에 모의고사 시행 일정 등이 담긴 '모의고사 참여 요청' 안내 공문까지 보내는 등 유치 경쟁이 치열하다.

본지 취재팀 확인 결과 사설 모의고사가 전면 금지된 지난해에도 일부 고교의 경우 연간 최고 8~9차례나 수업시간에 '몰래 고사'를 치렀던 것으로 확인됐다.

올해엔 서울시교육청이 주관하는 전국 단위 학력평가와 교육과정평가원의 수능모의고사 등 모두 다섯차례의 '관제(官制)' 모의고사가 실시된다. 따라서 일부 고교생들은 최고 10회 이상의 모의고사를 치르게 될 전망이다.

◇사설 모의고사 시행 실태=모의고사 시행기관들이 각 고교에 보낸 공문에 따르면 중앙교육진흥연구소·대성학력개발연구소의 경우 올해 학년별로 5~6회의 모의고사를 치르는 것으로 돼있다.

고려학력평가연구소와 종로·정일학원 등도 학년에 따라 1~3회씩 모의고사를 주관한다.이들 기관이 학교장과 학년 부장교사 등에게 통보한 고사 일자는 모두 평일이었다.

정규 수업시간을 이용해 교육당국이 금지하고 있는 사설 모의고사를 공공연히 치르겠다는 것이다.

이들 기관이 지난해 학교측에 통보한 '성적처리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경남지역의 M·C·J고 3학년 학생들은 아홉차례에 걸쳐 몰래 고사를 치렀다. 광주지역 일부 고교들은 최고 8회, 대구지역은 최고 6회 정도 시험을 치른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에서도 사립고의 60% 가량과 일부 공립고들이 여러 차례 모의고사를 본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9월 실시된 한 기관의 모의고사에는 전국 2백65개 고교 11만7천명(3학년)이 학교에서 단체로 응시했다.

◇전망=교육부측은 올해부터 교육청 주관 모의고사가 실시돼 사설 모의고사 수요가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그러나 일선 고교와 학부모들은 정반대 입장이다.

사설 모의고사의 경우 전국 석차는 물론이고 지원 대학·학과별 점수 분포와 고교별 성적 순위 등 다양한 입시 참고자료를 제공한다.

그러나 교육청 모의고사는 이같은 자료를 충분히 제공하지 않아 현행 대입 제도 아래에서는 사설 모의고사를 치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서울시내 한 사립고 교장은 "지난해 학부모들의 거센 요청으로 당국의 지침을 어기고 몇차례 모의고사를 봤다"며 "올해도 상황은 바뀌지 않았으며 사설 모의고사를 양성화하는 방안을 검토할 때"라고 말했다.

한편 교육부측은 사설 모의고사를 보는 학교는 해당 시·도교육청을 통해 재정지원 축소 등의 불이익을 주는 등 엄격히 통제하기로 했다.

김남중·정현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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