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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러운 美 '대통령의 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미국엔 '대통령의 날(President's day)'이란 게 있다.

초대 대통령인 조지 워싱턴의 업적과 정신을 기리기 위해 만든 국경일이다. 미국인들은 원래 워싱턴의 생일인 2월 22일에 그의 생가가 있는 버지니아주의 마운트 버넌과 전국 곳곳에서 축하 행사를 열었다.

그런데 대부분의 주에선 16대 대통령인 에이브러햄 링컨의 생일(2월 12일) 역시 기념일로 정해 경축하고 있었다.

둘 다 미국 역사에선 빼놓을 수 없는 위대한 지도자들이었기에 리처드 닉슨 대통령은 1971년 '모든 대통령은 훌륭하다'는 취지 아래 2월의 셋째 월요일을 대통령의 날로 통합, 역대 대통령들을 모두 기념하는 날로 한 단계 격상시켰다.

올해는 지난 18일이 대통령의 날이었다. 미 주요 언론들은 예년처럼 역대 대통령들에 대한 여론 조사를 실시하거나 그들을 재조명하는 특집 기사들을 실었다.

워싱턴 포스트는 "우리는 워싱턴과 링컨뿐 아니라 43명의 모든 최고경영자(CEO)들에게 경의를 표한다"며 대통령들에 얽힌 일화와 재미있는 이야깃거리들을 소개했다. 제임스 뷰캐넌은 유일한 독신, 프랭클린 루스벨트는 4연임 대통령, 로널드 레이건은 유일하게 이혼 경력이 있는 대통령 등으로 소개됐다.

조지 W 부시 대통령도 최근 '악의 축' 발언으로 일부에서 비난을 받고 있지만 많은 미국인들에겐 '위대한 지도자' 중 하나다.

ABC 방송이 대통령의 날을 맞아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 그는 링컨(20%)과 케네디(14%)에 이어 13%의 지지율로 셋째로 위대한 대통령에 뽑혔다. 공화당원들이 그에게 몰표를 던졌다고 하지만 국민이 부시 대통령에게 보내는 관심과 애정을 실감할 수 있는 대목이다.

미국인들에게 대통령의 날은 워싱턴의 '건국 이념'과 링컨이 물려준 '민주주의 정신'을 되새기는 날이다. 어린 학생들은 학교와 가정에서 지도자와 국가의 의미를, 그리고 2백년 동안 전승된 '미국의 정신'을 배우는 날이기도 하다.

한국에선 전·현직 대통령들을 비하하고 희화화(戱畵化)하는 경우가 많다. 헌정 역사가 상대적으로 짧은 데다 곡절의 역사를 헤쳐온 탓일 것이다. 훌륭한 지도자들의 업적과 정신을 꾸준히 계승하고 긍정적으로 평가하려는 노력 속에서 미국의 저력을 읽을 수 있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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