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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걸이 TV는 수백인치도 가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55면

63인치 TV인데도 두께는 고작 7.3㎝, 무게 48㎏. 삼성전자가 최근 개발한 디지털 벽걸이TV의 외형이다. 일본 소니 34인치 브라운관 방식의 두께가 59㎝인 점을 감안하면 TV에 개벽이 일어난 것이다.

디지털 방송 시대를 맞아 큰 관심을 끌고 있는 이런 벽걸이TV는 일반 TV와 어떻게 다른 것일까.

◇경량·대형화 쉬워=벽걸이TV는 브라운관식에 비해 무게는 6분의1, 두께는 10분의1 정도로 줄일 수 있다.

이론적으로는 화면의 크기도 몇백인치까지 키우는 것이 가능하다.

대형 TV용으로 주로 사용하는 기술인 PDP(Plasma Display Panel)의 경우 두께 2~3mm의 특수 유리판 사이에 네온-아르곤 가스를 채운 뒤 전기를 연결하면 형광등처럼 방전에 의해 빛이 발생한다. 영상을 표시하는 수백만개의 점 하나하나를 이같이 만들어 껐다켰다하는 것이다. 초소형 형광등이 화면 가득히 채워져 있는 셈이다.

이같은 벽걸이 TV는 전자파가 나오지 않아 오래 봐도 눈이나 몸의 피로도가 브라운관식에 비해 훨씬 덜하다. 화면을 키우려면 형광등의 수만 늘리면 된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큰 화면은 63인치로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개발했다. 과학자들은 1백인치 짜리가 나올 날도 멀지 않다고 말한다.

컬러는 빛의 삼원색을 사용해 나타낸다. 형광등 앞에 빨강·초록·파란색 빛을 내는 삼원색 통을 놓고, 형광등이 켜질 때 원하는 색이 나오도록 삼원색을 적당히 섞는다. 물감을 혼합하는 것이나 마찬가지 원리다.

TV를 옆에서 봐도 잘 보이는 각도가 160도, 화면의 밝기는 2백~6백 칸델라(1칸델라는 촛불 하나의 밝기)로 브라운관식 TV와 비슷하다.

화면이 커져도 화면 끝 부분 영상이 흐릿해지지 않는 것도 큰 장점이다. 평균 수명은 10만 시간으로 브라운관식의 5천~1만 시간에 비해 10배 이상 길다.

브라운관식은 전자총이 화면을 키우는데 최대의 걸림돌이다. 전자총으로 전자를 쏘아 영상을 표시하기 때문에 화면이 커지는 것에 비례해 전자총도 길어진다. 이에 따라 TV 뒷부분이 길어지고, 무게도 브라운관이 커지므로 덩달아 무거워진다. 그래서 브라운관식TV는 36인치 정도가 한계로 알려지고 있다. 63인치 TV를 브라운관으로 만든다면 트럭으로도 옮기기 힘들 것이다.

특히 2만~3만V의 전자총이 시청자쪽으로 전자를 쏘므로 긴 시간 TV를 보면 눈을 포함해 몸이 상당히 피로하다. 전자총에 의해 강한 전자파가 생기기 때문이다.

◇전력 소모량 많은 것이 흠=값이 비싸고 전력 소비량이 많아 유지비가 꽤 드는 것이 대중화에 장애물이 되고 있다.

63인치 벽걸이TV의 경우 2천만원으로 인치당 31만원 정도 한다. 일반 TV는 인치당 2만~7만원대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오명환 박사는 "벽걸이TV의 부품 기술이 급속하게 발전하고 있어 앞으로 3~5년 정도면 1백인치 전력 소비량이 32인치 일반 TV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반 TV의 전력 소모량은 32인치가 1백80W 정도인 반면 벽걸이 TV는 63인치의 경우 6백W, 42인치는 3백~4백W다.

박방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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